김칭우 경제부장
대한민국은 2014년 4월16일 이전과 이후로 달라져 있어야 했다. 1년전 4월16일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이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은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가 됐다. 그리고 1년 후 우리 사회는 안전한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세월호 사건 이전의 사회를 살고 있지는 않은가? 4월 이후 한국사회를 달궜던 안전대책과 특히 해양안전모델에 대해 체감적으로 달라졌다 느끼는 국민이 몇명이나 될까? 그럴 수밖에 없다. 수많은 대책이 쏟아졌으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대책은 대책으로만 그쳤다. 예산도 의지도 없었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안전을 외쳤지만 여전히 후진국적 사고는 계속 됐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는 진행중이다. 이제 해양안전모델 대책중 하나로 각광받았던, 그러나 진작부터 논의됐던 연안여객선 준공영제에 초점을 맞춰보자.

세월호 참사는 공공성이 강한 대중교통을 민간에게만 맡겨 놨을 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선박회사는 수익을 높이기 위해 안전에 소홀했고 민간 감독기관은 선사 봐주기식 안점점검을 했다. 민간에 경영을 맡기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했던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도서민들에게는 다리이자 발인, 유일한 교통수단인 여객선 구매에는 정부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선박 구입 융자사업은 2010년이 마지막이었다. 정부가 선사에 주는 유일한 직접 지원은 면세유가 고작이다.

한국해운조합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20년이 넘은 여객선이 전체 여객선(217척)의 30.9%에 달하는 67척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9년 해운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여객선 선령 제한이 25년에서 30년으로 완화되면서 노후한 선박들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선사의 경영난은 저임금과 단기고용 계약 빌미가 되고 있다. 수입을 위해 과적 등 안전을 위협하는 사측의 무리한 항해 요구에 선장·선원 입장이 저항하기 어려운 이유다. 2013년 한국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연안여객선 선원의 평균 월급은 306만5000원으로 외항여객선 선원(432만8000원)의 70% 수준이다. 연안여객선원 임금은 내항선원 전체의 평균(329만1000원)도 안된다. 선박 노후화 외에 급여 수준이 외항선박에 비해 낮아 청장년층이 승선을 꺼리는 탓에 선원 노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점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합리적 개입이다. 선사들을 대형화 하고 준공영제 형태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객선 준공영제는 여객선을 버스처럼 대중교통화 하자는 것이다. 국내에서 여객선을 이용하는 승객은 2013년 1565만3천명. 이 가운데 인천을 오가는 항로로 이동하는 승객들은 178만2234명으로 전체 23%를 차지했다. 이들에게 비싼 여객선이 아닌 저렴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하자는 것이다. 현재 인천에서 가장 먼 항로인 백령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인천시민이라면 왕복 13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예산범위 내에서 인천시민이라는 특혜로 50% 감면을 받은 가격이다. 50% 할인된 가격도 저가 항공사를 이용한 제주도 왕복비행기값 보다 비싸다. 이러니 누가 섬으로 관광을 가겠는가?

인천지역에서 연안여객선 준공영제는 그동안 연안여객선 대중교통화라는 논제로 많은 논의를 거쳐 준공영제 형태로 정리된 바 있다. 시내버스 같은 대중교통처럼 연안여객선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세월호 참사 직전 국회에서 지원해 줄 연안여객선 범위를 놓고 열띤 토의를 벌이는 등 가시화를 목전에 두기도 했다. 섬을 끼고 있는 선진국들에서는 여객선사의 대형화와 준공영제를 통한 해양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안전성을 높이고 교통망을 유지해 내륙과 도서 간 공생과 경제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이다. 섬나라 일본은 특히 여객 터미널의 관리, 낙도 보조항로의 구조개편 및 활성화, 도서민 운임할인 제도 등 많은 부분에서 지자체의 참여가 활발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무부서인 해양수산부가 연안여객선 준공영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 대책을 발표하고 준공영제 도입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유기준 장관은 작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열린 국회 임시회에서 긴급 현안 질의를 통해 준공영제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고 최근 인천을 방문해서도 이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준공영제 도입에는 권한과 관리·감독권을 지방자치단체에 준다는 전제가 깔린다. 업체의 서비스 수준을 높여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고 제대로된 감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섬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도서민 생활이 안정이 되면 연평도 피격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