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선발이라는 절차 없이 국제골프연맹 랭킹으로 정해
내년 여름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자신하는 종목 가운데 하나가 골프다.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석권하고 있으니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큰 게 사실이다.

박인비나 김효주, 최나연, 유소연, 김세영 등 LPGA 투어 정상권 선수들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이 골프 인생에서 굉장히 큰 목표"라며 여러 차례 공언했다.
하계올림픽에서 금메달 하나는 가치가 크다.

2012년 베이징대회 때 금메달을 하나로 딴 국가는 54개국에 불과했다.
한국은 금메달 13개를 따내 종합순위 5위에 올랐다. 한국은 하계 올림픽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호주 등과 함께 세계 10강으로 꼽힌다.

▲금메달 가능성 높아 정식 종목 채택에 반색했지만
골프가 112년만에 하계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자 가장 반긴 나라는 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 최강국 미국이야 50개 안팎을 쓸어담는 금메달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하나가 아쉬운 한국은 금메달 일굴 밭이 하나 더 생기니 반갑기 짝이 없다. 특히 골프계는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관련 산업도 호황을 맞는다.

프로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야구, 농구, 축구 등은 해당 협회와 프로 경기 단체가 힘을 합쳐 올림픽 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메달 획득 가능성이 큰 선수를 선발하고 이들이 지닌 기량을 극대화하도록 훈련을 기획, 지원한다. 협회와 경기 단체의 역량을 총동원하다시피 한다.

팬 확보 뿐 아니라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사치성 스포츠라는 국민의 인식도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하는 골프는 그런데 관련 단체가 올림픽 준비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저희가 할 수 있는게 뭔지 찾아는 보겠지만, 마땅히 할 일이 있을 것 같지 않다."
KOC 산하 단체인 대한골프협회, 그리고 한국프로골프협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실무진의 한결같은 답변이다.

한마디로 두 손을 포갠 셈이다.
이렇게 골프 관련 단체들이 올림픽에 대해 무심한 까닭은 우선 대표 선수 선발이라는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올림픽 골프 종목 출전 선수는 국제골프연맹(IGF)가 매기는 세계랭킹에 따라 정해진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경우 개막 한달 전인 내년 7월13일(한국시간) 현재 세계랭킹 60위 이내에 드는 선수만 출전한다. 특정 국가 선수가 최대 4명 밖에 출전할 수 없어 60위 밖이라도 출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세계랭킹 15위 이내에 미국 선수가 4명이고 60위 안에 미국 선수가 10명이라면 미국 선수는 4명만 출전할 수 있고 10명이 빠져나가는만큼 60위 밖에 있는 다른 나라 선수들이 60위 이내로 진입하는 형식이다.
한마디로 올림픽 참가국가가 어떤 선수를 국가대표로 내보낼 지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뜻이다.

▲선수 선발·강화훈련 불가…"할 수 있는 게 없다"
한때 논란이 됐던 '병역면제팀'은 골프에서는 성립 불가능이다.
두 번째는 선수 전력강화를 위한 활동 자체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랭킹 60위 이내에 든 선수라면 이미 검증된 실력이라 별도의 훈련을 거칠 필요는 거의 없다.

게다가 골프는 연중 매주 대회를 치르는터라 선수들은 중요한 대회를 겨냥해 일정을 조정해 컨디션을 해당 대회에 맞추는 게 일상적이다.

공연히 협회나 프로 단체에서 나서는 게 선수의 컨디션이나 경기력 유지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세계랭킹 60위 이내 드는 선수라면 미국프로골프(PGA)투어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국내 투어 대회를 운영하는 국내 프로 단체나 국내 아마추어 선수와 대회를 관리하는 대한골프협회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아시안게임 때마다 대표 선수를 뽑아 전담 감독과 코치를 붙여 전력 강화 훈련을 하는 대한골프협회 오철규 사무국장은 "선수 선발과 강화 훈련이라는 핵심 업무가 없으니 사실 할 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조만간 관련 단체끼리 머리를 맞대보겠다"고 말했다.

한국프로골프협회 박호윤 사무국장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나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뛰는 선수가 대표 선수로 출전할 가능성이 큰데 우리가 나서서 해줄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면서 "그래도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김남진 사무국장은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지만 단체장들끼리 올림픽 출전 선수들을 어떻게 도울 지 의논이 오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논의는 올해 시즌을 마친 뒤 시작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