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시선] 나의 시민운동 이야기
실무자가 바라본 '시민단체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
1990년대 사회 이슈 중심에 선 시민단체
2000년대 효순·미선 추모 - 촛불집회 등 시민 자발적 의사 표현
21세기 커뮤니케이션 환경 변화 '새로운 상상력 필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1990년대 경실련에 합류한 이래 2000년대에 함께하는 시민행동, 시민단체연대회의 등의 실무자로 일했던 시민운동가 하승창이 들려주는 '시민운동 이야기'인 <나의 시민운동 이야기>가 출간됐다. 책은 저자가 21세기, 인터넷과 SNS 등 달라진 소통환경에서 시민운동, 시민단체가 나아갈 길을 주목한 책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시민운동이 본격 태동했고 그 결과 금융실명제와 주택임대차보호법, 부패방지법, 동강댐 건설 반대, 광우병 쇠고기 파동, 촛불시위 등 한국 사회를 흔든 이슈의 중심에는 항상 시민단체가 함께 했다.

1990년대 초 경제민주화를 의제로 출범한 경실련과 정치제도 및 부패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참여연대가 대표적인 시민단체다.

경실련은 부동산 문제와 금융 문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의제를 설정했고 금융실명제 입법에 큰 기여를 했다.
참여연대는 '국민생활최저선운동'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 복지 의제를 환기하는 한편, 공익소송이라는 방법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소외된 시민들의 공익권을 되찾는 데 주력했다.

환경운동연합이나 한국여성민우회의 경우는 각각 환경문제와 여성인권문제를 국가적인 의제로 키워 냈고, 많은 부분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데 앞장섰다.

이 처럼 수 많은 시민운동가들의 열정도 피어났고 국민들은 시민단체가 내는 목소리를 함께 지지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시민들은 더 이상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문화에 반응하지 않았다. 시민운동이 새로운 상상력을 가지고 변화해야 한다는 조짐은 2002년 효순·미선 추모 집회에서부터 감지됐다. 시민들은 시민단체의 주도가 아닌 자발적으로 추모집회를 시작했고 자발적으로, 다양한 수단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시위에서도,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서도 시민들은 어느 한 단체의 주도로 목소리를 모으기보다 아닌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더 이상 특정한 시민단체의 의견에 시민들이 끌려 다니지 않고 여러 사회 현안에 대해 시민 개개인이 저마다의 의미를 부여하며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SNS 등의 기술발전은 개인의 커뮤니케이션이 사회화되는 데 결정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

시민운동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시민운동이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주목한 것은 '플랫폼'이다. 성미산마을의 경우처럼 특정한 공간이나 사안에 대해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구성하거나 목소리를 모으는 '플랫폼'이 시민운동의 대안 요소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시민운동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나의 시민운동 이야기, 하승창 지음, 휴머니스트, 292쪽, 1만6000원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