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
지난 2003년 8월11일 우리나라의 최초 경제자유구역(FEZ)으로 지정·고시된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에서 태동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동북아시아 지역이 세계 3대 교역권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의 자본·기술이 중국으로 물밀듯이 들어가고 인접국가인 일본과의 경쟁력 격차도 여전한 상황 속에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한 대한민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정됐다. 지정 12년을 앞두고 있는 IFEZ의 성과는 놀랍다.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이미 상반기에 목표액을 초과 달성, 목표치를 상향 조정해 17억14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190억300만 달러)의 9.0%에 달하며 비율도 전년도 6.5%에 비해 2.5%포인트가 증가한 것이다. 전국 8개 FEZ 가운데 IFEZ가 차지한 FDI 비율이 94%에 달한다. '리딩(Leading) FEZ'를 넘어 이제 '글로벌 FEZ'를 지향한다.

송도국제도시에 자리잡은 친환경 녹색도시의 상징인 GCF(녹색기후기금)를 비롯한 13개의 국제기구들은 글로벌 도시로 변해가는 IFEZ를 잘 보여준다. 또 뉴욕주립대, 조지메이슨대, 겐트대, 유타대 등이 있는 인천글로벌캠퍼스는 이제 글로벌 교육허브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많은 기업들의 유치 또한 IFEZ가 거둔 성과다. 선택과 집중에 따라 FEZ 지정 자체가 최초인 만큼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진행중이거나 완료된 프로젝트들도 많다. 송도의 중심에 자리한 센트럴파크는 바닷물이 흐르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원이다. 또 뉴욕주립대 등 외국대학들의 경쟁력 있는 학과의 집적을 통해 전체적으로 종합대학 컨셉을 이루는 취지로 조성중인 인천글로벌캠퍼스 또한 우리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최초의 모델이다.
미주 한인 이민 역사의 출발지인 제물포(인천)로 귀환하는 재미동포들의 고국내 정주 환경 조성이 목적인 재미동포타운 조성도 마찬가지다. 과문할지는 모르겠지만, 총사업비 9700억원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합쳐 2802세대를 짓는 것은 전국에 없다.

사용자가 네트워크나 컴퓨터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도시로 조성중인 IFEZ는 지난 2008년 '유비쿼터스 건설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5년전에 벌써 U-도시와 관련한 전략이 수립됐을 정도다. 청라국제도시에 하나금융그룹의 본사, 금융경영연구소, 통합 IT센터, 인재개발원 등이 집적되는 하나금융타운 조성 사업은 우리나라의 어떠한 금융기관에서도 시도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먼 남미 에콰도르에 IFEZ 개발모델을 수출한 것 또한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다.

그러나 FEZ 지정 최초로 '선택과 집중'이란 차원에서 지정된 IFEZ의 현실은 어떤가? 올해 예산 5796억원을 예로 들면 IFEZ의 주요 재원인 용지매각 수입 72.6%, 세외수입 25.3%에 국고보조는 2.1%, '쥐꼬리'도 안된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용지 매각이 쉽지 않은데다 IFEZ 채무가 시 전체 채무비율에 포함돼 자금의 유동성 확보도 어렵다. 한 마디로 용지 매각 주수입에 국고보조는 턱없이 적고 돈을 빌리려 해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또 IFEZ의 개발 및 투자유치 활성화를 꾀하고 교육·의료·금융·관광 등 유망 서비스산업의 허브로 육성하기위해 줄기차게 외치고 있는 '규제완화 시범지구 지정'은 어떤가?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 IFEZ를 국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규제완화 시범지구 지정은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의 공감대와 추진동력이 약하다. 게다가 우리의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 등은 국가전략특구 도입, 자유무역구(Free Trade Zone) 확대 지정을 통해 전면적인 규제완화를 발빠르게 추진, 대조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對) 중국 접근이 쉽고 글로벌 경쟁력 및 개발 여건이 좋은 IFEZ를 제외하고 새만금이 '규제특례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FEZ의 규제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FEZ 맞춤형 규제 프리존'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무한 경쟁시대에 이제는 정부가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국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통해 IFEZ를 규제완화 시범지구로 지정하고 운영하는 과감한 결단을 할 때다.

IFEZ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굳이 인천국제공항과 항만이 있다는 글로벌 접근성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지난 2월 가서명한 한국과 중국의 FTA 협정, 제17-25조 지방경제협력 조항에 근거해 중국 웨이하이시와 함께 IFEZ를 '한·중 FTA 시범지구'로 지정한 것은 IFEZ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확인시켜준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고 했다. '규제완화 시범지구 지정'이란 채찍을 활용, IFEZ를 더욱 더 달리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IFEZ의 지정 배경인 '선택과 집중 전략'에 부합하고 대한민국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획기적인 결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