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몬과 포옹하는 OK저축은행 송명근<<연합뉴스DB>>
    "신영철 감독님께서 '전광인이 낫다'라고 하셨을 때 많이 깨달았다"

        OK저축은행 사령탑 김세진(41) 감독은 유독 프로 2년차 레프트 송명근(22)을 혹독하게 다뤘다.

        송명근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한국 대표팀에 뽑혔을 때 "제발, 팀에 손해되는 행동은 하지 말고 오라"고 했다.

        정규리그 중 송명근이 조금이라도 풀어져 있으면 "너 그렇게 배구 잘하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 돌입하자 김 감독은 송명근에게 "잘했다. 많이 성장했다"고 칭찬했다. 경기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꺼내지 않았다.

        명장이 유망주를 키우는 방법과 흡사하다.
        송명근은 "감독님 말씀이 모두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송명근은 '김세진 감독이 원하는 선수'가 됐다.

        송명근은 챔피언결정전 3경기에서 49점을 올리는 맹활약으로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상금 500만원도 챙겼다.

        OK저축은행은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홈 경기에서 삼성화재를 세트 스코어 3-0(25-19 25-19 11-25 25-23)으로 누르고 우승을 확정했다.

        송명근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28표 중 16표를 얻어 로버트랜디 시몬(7표)과 이민규(5표)를 제치고 MVP로 선정됐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15득점, 공격성공률 65%, 2차전 14점, 공격성공률 60.87%로 활약하며 무릎이 아픈 외국인 공격수 로버트랜디 시몬을 도왔던 송명근은 3차전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송명근은 1세트 6-6에서 퀵 오픈을 성공했고, 서비스 라인에 들어서 강력한 서브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8-6에서는 연속 서브 득점으로 스코어를 벌렸다. OK저축은행이 승기를 잡은 순간이었다.

        송명근은 "내 강점은 서브다. 서브가 약하면 상대 외국인 공격수 레오에게 쉽게 공격을 허용한다는 생각을 해 강하게 서브를 넣었다"며 "경기 전부터 '어디에 서브를 넣겠다'는 계산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후에도 송명근은 적극적으로 오픈, 후위 공격에 가담하며 20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은 무려 62.96%였다.

        이날 송명근은 제2의 공격옵션이 아닌, OK저축은행을 이끄는 최고의 공격수였다.

        경기대 3학년 재학 중이던 2013년 신인 지명회의에 나서 러시앤캐시 창단 멤버로 합류한 송명근은 2013-2014시즌 총 416점을 올렸다.

        이번 시즌에는 514득점을 하면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송명근을 자극하는 일이 있었다.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한국전력의 신영철 감독은 "우리 팀 레프트(전광인)가 OK저축은행 레프트(송명근)보다 낫다"고 말했다.

        송명근은 "맞는 말씀이지만, 자극이 됐다"며 "더 좋은 선수가 되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털어놨다./연합뉴스

        OK저축은행은 한국전력을 누르고 챔프전에 올라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송명근은 전광인이 아직 품지 못한 우승컵과 챔프전 MVP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정유진 기자 online0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