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남녀 프로배구 정규리그를 제패한 삼성화재와 도로공사가 '용병 에이스의 고립'이라는 똑같은 고민 속에 챔피언결정전에서 최대 위기에 몰렸다.

        30일까지 각각 1∼2차전이 진행된 남녀 챔프전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삼성화재와 도로공사는 나란히 2연패를 당했다.

        5전 3승제로 진행되는 챔프전에서 앞으로 1번만 더 패배하면 우승 트로피를 놓치게 되는 벼랑 끝이다.

        프로 원년인 2005년과 2009년에 이어, 6년 만에 남녀 정규리그 우승팀이 모두 챔프전 수성에 실패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두 팀이 처한 위기의 형태도 비슷하다.

        공격 지원의 부족으로 외국인 에이스가 고립된 상황이다.

        삼성화재와 도로공사에는 나란히 풍부한 한국 무대 경험을 갖춘 레안드로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와 니콜 포셋이라는 걸출한 용병이 버티고 있다.

        레오는 정규리그에서 팀 공격의 56.7%를 책임진 에이스이고, 니콜 역시 도로공사 공격의 48.3%를 담당했다.

        원래 비중이 높은 선수들이지만, 챔프전 들어서 레오의 공격 점유율은 63.3%로 상승했고 니콜의 점유율은 57.1%까지 올랐다.

        반면 레오의 공격 성공률은 정규리그 56.9%에서 챔프전 45.8%로 뚝 떨어졌다.

        니콜의 성공률은 정규리그 42.1%에서 챔프전 36.2%로 내려갔다.

        이렇게 공격 빈도는 높아졌으나 성공률이 추락한 이유는 짐을 나눠 질 토종 보조 공격수가 없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삼성화재는 토종 거포 박철우가 올 시즌 도중 입대하는 바람에 라이트 공격수 자리에 구멍이 크다.

        김명진이 이 자리에 서고 있으나 무게감이 떨어지고, 상대는 편안하게 레오의 공격을 봉쇄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도로공사에는 올해 '신데렐라'로 떠오른 문정원이 니콜과 함께 쌍포 노릇을 해 왔지만, 큰 무대를 처음 밟는 터라 안정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규리그에서 공격 점유율 11.8%와 성공률 39.8%를 기록한 문정원은 챔프전에서는 점유율 8.0%, 성공률 38.1%로 기록이 하락했다.

        이는 특히 챔프전 상대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극명히 드러난다.

        남자부 챔프전 2연승을 달린 OK저축은행은 로버트랜디 시몬이라는 뛰어난 용병과 함께 토종 거포 송명근이 공격 성공률 62.79%를 기록하며 맹활약해 삼성화재를 괴롭히고 있다.

        도로공사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IBK기업은행에서 데스티니 후커와 함께 '삼각편대'를 이루는 김희진·박정아는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삼성화재와 도로공사 모두 용병을 활용한 '몰아주기 공격'을 위해 필요한 수비마저 흔들리면서, 레오와 니콜은 더 고립된 상황이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30일 챔프전 2차전을 앞두고 "도로공사와 (삼성화재가)비슷한 상황"이라며 "토종 주포가 없는 상황에서 센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동병상련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없는 선수를 챔프전에서 뚝딱 만들어낼 수는 없다.

        결국 외국인 주포가 외롭지 않도록 동료들이 안정된 수비로 최대한 '지원 사격'을 하는 것만이 삼성화재와 도로공사가 위기에서 벗어날 열쇠가 될 전망이다./연합뉴스

/정유진 기자 online0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