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시선] 대한민국 쓰레기시멘트의 비밀
환경부, 외환위기에 '산업폐기물 원료·연료 대체' 허가
사용규제·기준 無 … 日원전사고 이후 각종 쓰레기 수입
발암물질 '중국의 최대 170배' 검출 … 피부염 발병 급증
폐타이어, 각종 기계에 쓰이는 부동액, 폐비닐, 폐유, 일본 발전소에서 버려진 석탄재, 일본에서 수입된 고철슬러지 등 절대적 폐기물로 처리해야 할 각종 유해물질들이 우리 일상을 에워싸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쓰레기를 원료와 연료로 사용한 시멘트로 지어졌다면 믿을 수 있을까. 믿고 싶지 않겠지만 모두 사실이다.

정확히 말하면 2000년 이후 대한민국에 지어진 신축 아파트가 모두 이 같은 원료를 사용한 시멘트로 지어졌고 지금 이 순간에도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로 건물과 학교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0년간 환경부와 시멘트 업계의 공고한 카르텔을 폭로하고 '미친 듯' 쓰레기 시멘트의 실상을 파헤친 저자 최병성의 기록이 담긴 신간 <대한민국 쓰레기시멘트의 비밀>을 통해 알 수 있다.

▲시멘트아파트, 집이 아니라 매립지
19세 이상 인구 1000명당 아토피성 피부염 유병율은 2001년 5.07명에서 2005년 70.08명으로 13배 이상 증가했고 전체 피부염 환자 수도 1995년 453만명에서 2005년 963만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수치는 환경부가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경영 위기에 처한 시멘트 회사들을 위해 각종 쓰레기를 소각해 시멘트를 제조할 수 있도록 허가했던 시점과 비슷하다.

심지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엔 방사능 오염이 우려되는 고철 등 각종 산업쓰레기와 석탄재, 폐타이어까지 수입해 시멘트로 제조되고 있다.

문제는 환경부가 쓰레기 사용에 대한 그 어떤 기준과 규제도 만들지 않은 채 오히려 시멘트 업계가 더 많은 산업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악하고 이들의 입장을 옹호해준다는 사실이다.

전기·전자·자동차·반도체·석유화학 등의 공장에서 발생한 산업폐기물이 '원료대체'라는 이름으로, 가연성 쓰레기인 폐타이어·폐고무·폐비닐·폐유 등이 유연탄 대신 '연료대체'라는 이름으로 모두 한꺼번에 시멘트 소성로에 들어가 소각, 시멘트로 탄생한다.

대한민국 시멘트 업체 100%가 이 같은 쓰레기를 '연료'와 '원료'를 대체한다는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결국 2000년 이후 대한민국에 지어진 모든 콘크리트 건물들이 거대한 매립지인 셈이다.

▲시멘트 업체들, 시멘트를 팔기도 전에 돈을 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석탄재와 폐타이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이 우려되는 고철은 물론 각종 산업쓰레기까지 수입한다. 시멘트 회사들이 쓰레기 처리비 명목으로 일본에서 돈을 받고 쓰레기를 받아와 시멘트 제조에 사용하는 것이다. 국내에도 처리가 곤란한 석탄재가 차고 넘치는데, 쓰레기 처리비를 받기 위해 일본의 석탄재를 수입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먹거리만 주의하면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일본산 고철과 석탄재로 뒤통수를 친 대한민국 시멘트 회사의 맨얼굴이다.

2013년 한 해 동안 일본 석탄재를 쌍용양회가 61만t, 동양시멘트 41만t, 한라시멘트 11만t, 한일시멘트 17만t 수입했다. 그리고 국내 시멘트 공장들이 일본에서 쓰레기 처리비용으로 받은 돈이 쌍용 296억원, 동양시멘트 85억원 등 총 443억원에 이른다. 국내 시멘트 공장들은 시멘트를 만들어 팔기도 전에 일본에서 받는 쓰레기 처리비용만으로도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중국산 시멘트가 더 안전하다?!
이렇게 쓰레기가 연료와 원료로 대체되다보니 대한민국에서 생산된 시멘트에서는 자연스레 각종 유해물질이 검출된다.

지난 2005년 국정감사에서 우원식 의원은 국산 시멘트에 대해 발암물질인 '6가크롬' 용출시험 결과, 중국산 시멘트에 비해 최대 170배가 높게 검출됐다.

6가크롬은 발암성 물질로 피부질환 등을 일으켜 외국에서는 규제를 철저히 하고 있는 물질이다. 뿐만 아니라 풍화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분진은 호흡기에 영향을 미쳐 기관지 염증, 천식, 각종 바이러스의 위험이 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산 시멘트 10개 제품과 외국산 11개 제품의 함량시험 결과 토탈크롬, 6가크롬, 수은 등 유해물질 함량도가 국내 시멘트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국산 시멘트는 토탈크롬의 경우 평균 51.906㎎/㎏, 6가크롬 13.47㎎/㎏, 구리 132.98㎎/㎏, 납 218.16㎎/㎏, 비소 23.62㎎/㎏, 카드늄 5.18㎎/㎏, 수은 0.0207㎎/㎏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인도, 일본, 미국 등 외국시멘트의 경우 각각 45.042㎎/㎏, 4.14㎎/㎏, 64.55㎎/㎏, 94.62㎎/㎏, 11.91㎎/㎏, 2.11㎎/㎏, 0.0069㎎/㎏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일본의 경우 6가크롬이 검출되지 않았다.

결국 중국산 시멘트가 국산 시멘트보다 더 안전한 셈이 됐다.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