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의 울음
140여 년 전, 조선을 침입한 프랑스와 미국 함대가 조선 땅에서 물러갔다. 조선의 구식 군대가 프랑스와 미국의 신식 군대를 막아낸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역사는 이를 비참한 패전으로 기록하고 있고 미국은 신미양요를 전투에선 이기고 전쟁에서는 패한 '승리한 패전(Victorious Failure)'으로 기록하고 있다.

창과 활로만 이뤄져있는 줄 알았던 조선군대가 어떻게 이들을 막아낼 수 있었을까. 당시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막아낸 조선군대의 주력 부대가 함경도와 평안도에서 차출된 백두산 범 포수들로 구성된 특수부대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역사소설 <총의 울음>의 저자 손상익은 역사기록의 행간에서 '백두산 범 포수'들이 당시 전투에 투입, 서양 군대와 처절한 항전을 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소설로 옮겨냈다.

임진왜란 때 일본의 '조총'이 조선에 전해진 이후 화승총은 함경도와 평안도 범 포수들의 손에 들어갔다.

이후 범 포수들의 용맹함은 중국과 러시아에까지 그 명성을 떨쳐 17세기 중엽 효종 임금의 북벌 계획에서 주력 부대로 편성되기도 했다. 이들은 두 차례의 나선정벌(1651-1654)로 흑룡강 유역에서 러시아 부대를 궤멸 상태로 몰고 갔고 그때부터 조선의 군부는 백두산 범 포수들을 '최정예 조선군'으로 여겼다.

서세동점의 기류를 타고 프랑스와 미국은 각기 부대를 편성, 조선 침략에 나선다. 하지만 조선을 침략한 프랑스와 미국은 커다란 난관에 부딪혔다. 아무리 함포와 라이플을 쏘아대도 죽을지언정 항복하지 않는 이상한 부대를 만난 것이다. 바로 그들이 강화도에 배치된 백두산 범 포수 부대였다.

서구의 대규모 원정군을 두 차례나 잇달아 물리친 유일한 아시아 국가였던 조선. 저자는 5년 여의 시간동안 집필에 매달리며 외세에 복해 무릎 꿇느니 서서 싸우다가 꼿꼿하게 죽기를 원했던 백두산 범포수들의 투혼을 그려냈다.

손상익 지음, 박이정, 341쪽, 1만4000원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