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프로배구 도로공사를 10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강점이 챔피언결정전 들어 전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도로공사는 29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IBK기업은행에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배, 5전 3승제 시리즈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연패도 문제지만, 무기력한 경기력이 자꾸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 더 걸린다.

        도로공사는 1차전에서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 채 0-3으로 완패했고, 2차전에서는 3세트를 15-25로 내주고 4세트 19-13으로 앞서다가 내리 11점을 내주고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가장 눈에 띄는 문제는 수비다.

        도로공사는 1차전 1∼2세트에서 연달아 부정확한 서브리시브를 연발하고 어설픈 수비 호흡을 드러낸 탓에 손쉽게 주도권을 상대에게 내줬다.

        서남원 감독도 뚝 떨어지는 플로터 서브에 대처하지 못해 쉽게 점수를 내주다 보니 흐름을 빼앗겼다고 인정했다.

        아쉽게도 이는 2차전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2차전에서 도로공사는 전체 84차례 리시브 시도 가운데 33번만을 정확히 받아냈다. 75차례 리시브에 나서 41번 성공한 IBK기업은행에 수비력에서 밀렸다.

        상대 서브를 완벽히 받아내지 못해 세터 이효희가 정신없이 공을 쫓아 뛰어가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이날 도로공사는 서브를 받아낼 선수로 황민경, 고예림, 김선영 등을 기용했다. 문정원에 정대영까지 리시브에 가담하며 흔들림을 줄이려 했지만 성공한 카드는 없었다.

        정규리그에서 도로공사는 여자부 6개 구단 가운데 가장 튼실한 수비를 자랑하는 팀이었다.

        도로공사는 세트당 7.496개의 팀 리시브로 GS칼텍스(세트당 7.719개)에 이어 2위에 올랐고, 세트당 20.556개의 팀 디그로 1위를 기록했다.

        디그와 리시브 기록을 종합해 따지는 팀 수비도 세트당 28.062개로 선두를 지켰다.

        그러나 챔프전에 들어서면서 큰 무대에 대한 긴장감 탓인지 튼튼한 수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이들은 역시 베테랑이다.

        특히 도로공사는 베테랑의 힘을 앞세워 정규리그 정상까지 정복했기에 이들에게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남원 감독에 따르면 도로공사 중앙 센터의 두 축인 장소연과 정대영은 모두 챔프전 들어 병마와 싸우며 경기를 치르고 있다.

        장소연은 신우신염 증세가 나타나 고생하다 보니 체력이 떨어진 상태이고, 정대영은 스트레스성 두드러기에 시달리고 있다.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수비는 흔들리고 베테랑들은 아픈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어렵지만, 대역전극을 꿈꾸려면 결국 강점을 살려내는 수밖에 없다.

        서 감독은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으나 최선을 다해 우선 1경기를 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정유진 기자 online0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