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연 교육감 인천지역 학생과 원탁토론
학교생활 불만 청취…두발규제 최다 꼽아
"겨울 외투·여학생 바지 제한 심해 숨막혀"
시교육청, 학칙 개정 권고 공문 발송·유도
헌법 상 기본권 착안 '학칙 폐지' 의견 존중
"헤어스타일로 우리를 평가하지 말아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두발규제를 당해 온 인천 학생들의 외침이었다. '귀밑 5센티', '앞머리는 눈썹에 닿지 않게', '스포츠형 스타일…'. 인천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머리카락에 대한 이런 기준들로 오랜기간 제압돼 왔다. 인천시교육청은 이청연 교육감 당선 이후 이들의 여론을 반영해 두발규제 완화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시 교육청은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학교에 배포했다. 머리길이를 규제하지 않고 염색과 퍼머도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범위에서 허용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학생들은 일제히 환영했지만 학교들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드러내며 조심스러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가장 큰 불만 '두발규제'
이청연 교육감은 지난해 취임 이후 인천지역 학생들과 원탁토론회를 열고 학생들이 학교 현장에서 겪는 애로와 교육 발전을 위해 지켜져야 할 것 등을 허심탄회하게 논했다.

이 자리에서 '학교생활에 대한 불만요소'를 물었더니 학생들은 '입시위주의 문화와 권위적인 분위기' 다음으로 '수도권 유일의 두발규제'를 꼽았다. <표 참조>

현행 두발관련 학칙운영에 대해서는 학생 93%가 "불만"이라고 답했다. <그래프 참조>

A군은 "두발도 그렇고 복장도 그렇고 동아리 활동도 못하게 하고…. 이건 뭐 학생들을 똑같은 복제인간으로 만들려는 거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B양은 "우리 학교는 두발 뿐 아니라 복장규제가 너무 심해 숨이 막힌다"며 "겨울에 외투를 입지 말라고 까지 규제하며 상처나 아토피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바지도 못 입게 해 항상 치마를 입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B양의 학교는 매일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고 두발의 상태와 복장을 검사하고 있었다.

▲청소년의 두발자유는 헌법상 기본권
인천시교육청은 지난달 두발규제 완화 정책을 전격 발표했다.

관내 각 학교에 학칙 개정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내고 두발을 규제하지 않도록 유도한 것이다.

특히 시교육청은 10년 전 국가인권위원회가 청소년의 두발자유를 "헌법 상 기본권"이라고 인정한 점에 착안했다.

강제로 개개인의 개성을 규제하는 것은 법에도 어긋날 뿐더러 민주적이지도 않다는 학생들의 의견에 공감했다.

이에 따라 시 교육청은 세부적인 두발규제를 학칙으로 정하고 있는 학교는 학칙을 폐지하도록 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에서 개정할 수 있도록 방향을 안내했다.

머리 길이는 규제하지 않는 완전 자율화를 꾀했으며 머리모양(펌), 색깔(염색)등도 학교 자율에 따라 정하도록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 교육청은 이 정책을 발표하면서 "두발 규제 개선을 계기로 자율과 책임 중심의 민주적 학생자치활동을 보장하는 등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던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장지혜·신나영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