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3학년인 이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면 친구들끼리 운동이나 토론을 하며 활기찬 시간을 보낸다. 이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는 올해 새학기부터 두발 규제 학칙을 전면 삭제했다.
남동구 논현동 A 고등학교는 두발자율화 정책을 계기로 기존의 모든 규제를 폐지했다. 지난해 까지 이 학교는 '앞머리 5㎝, 전체 기장 3㎝'로 길이를 제한했다. 퍼머나 염색은 당연히 금지였다.

지금은 길이도 색깔도, 모양도 자율에 맡겼다. 규정을 어기면 시행하던 '두발 벌점제'도 없앴다.

실제 지난 20일 이 학교에 가보니 학생들은 획일적인 '까까머리'가 아니었다.

일부가 굵게 퍼머를 하거나 갈색으로 염색을 하는 등 자연스러운 개성을 표출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확연히 눈에 띄는 '튀는 스타일'은 없었다.

학생들은 "우리안에 자율적인 '룰'이 생겼어요. 스스로 알아서 보기 싫은 행동은 하지 않는거죠. 두발규제가 풀렸다고 해서 갑자기 레게머리를 하거나 빨간 머리가 등장할 거라는 생각은 어른들의 기우에요"라고 말했다.

또 한명은 "'학생다운 두발'이 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머리스타일과 공부잘하는 것이 상관이 없다는 것 쯤은 알죠."

이렇게 규제의 전면 폐지를 결정하기까지 학교도 고민이 많았다.

소위 불량학생이 늘거나 면학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며, 생활지도가 어려워 질 것이라는 위험부담도 있었다.

그러나 학교는 우선적으로 학생 스스로 용모를 다스리도록 지켜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학교 구성원들의 논의를 거친 끝에 학생과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주고 그것을 존중하기로 했다.

학교는 규제폐지 이후 긍정적인 분위기를 포착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학교 교사는 "학생들은 자신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존재이고 이를 학교에서 인정받았다고 생각해요. 더 밝아지고 공부나 취미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는 등 긍정적인 에너지가 좋은 쪽으로 발산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걱정했던 것 처럼 요상한 머리를 하고 오는 학생은 없었어요. 지금까지 쓸데없는 규제를 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학교와 같이 두발 완전 자율화로 전환하는 학교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과도기를 겪고 있지만 학교와 학부모의 인식이 서서히 개선되면서 자율화 정책이 점차 확대되는 것으로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장지혜·신나영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