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홍 인천대교수
봄이 오는 길목에서 또다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였다. 지난 22일 일요일 새벽에 강화군 동막해수욕장 근처의 한 캠핑장 텐트에서 잠자던 어린이 3명을 포함한 두 가족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0여명의 사상자를 낸 작년 11월의 전남 담양 펜션의 바베큐장 사고에 이어 불과 10일 전에는 양평군의 캠핑장에서도 석유난로가 폭발하여 어린 형제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여가시설의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강화군의 화재사고가 난 텐트는 글램핑(Glamping: 편의시설을 갖춘 캠핑)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캠핑 시설로써 텐트의 내부에는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과 난방용 온열매트 등의 편의시설이 두루 갖추어진 텐트라기보다는 거의 숙박시설에 준하는 구조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1800개 이상의 야영장이 있지만 점검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보다 캠핑장을 포함한 여가 문화가 발달한 유럽과 미국 등의 경우 캠핑장에 대한 수십 가지의 기준에 근거한 인증제도와 정기적인 평가를 통한 체계적이고 엄격한 안전관리를 시행하여 국민들의 쾌적하고 안전한 여가생활을 보장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캠핑장이 건축물로 분류되지 않아 소방법의 점검대상이 아님은 물론 그 시설의 운영조차 안전관련 규정보다는 관광진흥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으며, 등록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함에 따라 부실한 캠핑시설의 난립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아직은 조사 중이지만 관련 CCTV 등의 자료에 따르면 온열기 등의 과열로 인한 사고로 추정되고 있다. 텐트의 재질과 시설은 불에 쉽게 타는 가연성 소재였으며, 텐트의 구조 또한 불과 1m 높이 정도의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어 돌발 상황 시에 신속한 대피가 어려운 구조로 사태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사고에 따른 언론의 보도와 정치권의 반응은 늘 그래왔듯이 전형적 인재(人災)와 안전불감증을 지적하고 당국의 재발방지 노력을 촉구하는 공허한 목소리만 메아리치고 있다. 인재와 안전불감증이란 용어 자체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런 용어는 대중이 안전에 대하여 둔감하고 안전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전제에서 사고의 책임을 개인의 부주의로 돌리려는 전형적 책임전가를 상징하는 매우 부적절한 용어다. 안전불감증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과 시스템의 부재가 주원인이다.

다음달이면 1주년이 되는 세월호 참사의 엄청난 희생과 손실 이후에도 우리사회의 안전시스템은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해양경찰청을 해양안전본부로 격하시켜 서해안 어민들의 안전은 더욱 위협받고 있으며, 행정안전부는 안전행정부로 바뀌었다가, 불과 몇 개월 만에 다시 행정안전부로 바뀌는 것에서 현 정권의 갈팡질팡하는 안전정책을 엿볼 수 있다.

안전관리 분야에서 사고의 발생은 다음의 공식 즉, 사고=인적요인x 물적요인으로 표현된다. 여기서 사고의 발생은 인적요인(인적오류)과 물적요인(기계, 시스템오류)의 합이 아닌 곱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인적요인과 물적요인 중 어느 하나가 영(zero)이 되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래 인간은 실수하는 존재로서, 인간의 오류와 실수는 근원적인 예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고와 재해의 예방은 기본적으로 기계, 시스템 그리고 제도적 완비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충분하고 효과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한 인적오류의 감소도 당연히 병행되어야 하지만 재해예방의 기본은 물적오류를 제거한 완벽한 안전시스템의 구축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인재, 안전불감증 등은 사고의 재해의 원인을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것에서 찾지 않고 사람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려는 잘못된 접근이다.
재해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릴 적 교육과정에서 사고란 항상 일어날 수 있으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는 위험에 대한 인지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위험에 대한 인지능력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경우 흔히 사고를 보면서 "설마 나는 아니겠지, 나만 아니면 돼"라는 소위 타자의 논리가 작용하여 주변의 위험 요소를 무시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습관적으로 하게 된다. 이러한 교육의 부재에 의한 위험에 대한 인지능력의 부족은 안전불감증이라는 잘못된 구호로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안전관리 분야에는 모든 사람에게 사고의 확률은 공평하게 동일하며 사고의 유무는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는 '손실우연의 법칙'이 있다. 더 이상 불행하고 억울한 재해의 발생과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안전시설과 제도에 대한 투자와 철저한 관리를 통한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 그리고 위험인지 능력의 향상을 위한 교육과정의 개선이 근본적 방향이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 조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