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원 인천미래구상포럼 대표패널
아찔하게 솟아오른 주탑을 바라보며 송도 앞바다에 쭉 뻗은 인천대교를 달리다 보면 여유롭다 못해 시원하고 쾌적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하지만 막상 톨게이트에 다다라 통행요금 6000원을 내야하는 상황이 되면, 고작 10여분 마음놓고 달렸을 뿐인데 이건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97년 예기치 못했던 IMF 사태가 터지자 재정이 부족했던 정부는 사회간접자본시설을 민간자본을 통해 확충하려 했고, 공항고속도로와 인천대교를 비롯한 전국의 도로, 항만, 철도 인프라가 '민자사업'이라는 명목으로 구축됐다. 하지만 민간자본을 유치해 당장 시급한 SOC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데 안도하는 것도 잠시, 계약에 따라 민간투자자들의 사업적 이익을 일정하게 보장해 줘야만 했던 정부는 곧바로 막대한 재정부담에 시달려야 했다. '국민의 혈세먹는 하마', '배보다 배꼽이 큰 민자사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병폐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는 공항고속도로는 ㎞당 224.5원의 고가의 요금을 받고도, '최소수입보장(MRG)'이라는 명목으로 연간 9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정부로부터 보전받고 있다. 그나마 추정치 대비 통행량 오차율이 크지 않은 덕분에 연 100억원대 미만의 MRG를 보전받고 있는 인천대교의 경우는 오히려 일반 고속도로 통행료 단가 41.4원의 7배에 달하는 ㎞당 281.7원을 받아 전국에서 가장 비싼 도로로 꼽힌다.

고가의 통행료에 막대한 MRG 수입, 여기에 연 13.9%에 달하는 고금리 자기차입으로 짭짤한 이자수입까지, 가뜩이나 땅짚고 헤엄치는 사업에 꿩먹고 알먹기까지 하는 민자사업의 현실태를 보고 있노라면, 이건 시민불편에 재정부담, 당사자들의 모럴해저드를 탓하기 이전에 도대체 정부당국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계약서에 싸인을 한 것인지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여기에, 'Public Private Partnership'이라는 민자사업의 기본취지에도 불구하고, 통행량 오차분석에서 재정사업이 평균 21% 과다 추정된 데 비해 민자사업의 경우 무려 49% 과다 추정됐다는 KDI 보고서를 보고 있자면, 유독 민자도로에서만 왜 그렇게 추정통행량이 부풀려졌는지, 도대체 공공과 민간이 무슨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인지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바로 이러한 것들이 얼마전 유정복 시장이 공언한 '제3연륙교 TF'가 넘어야 할 산들이기 때문이다. 옛 건설부에 의해 '인천도시기본계획 2011'이 승인된 1997년으로부터 무려 18년, 옛 재경부에 의해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이 확정된 2003년으로부터만 따져도 12년 동안 MRG에 통행료 손실보전 문제로 첫 삽 한번 뜨지 못하고 제자리에 멈춰있던 제3연륙교다. 해상구간 2.95㎞, 총연장 4.85㎞, 왕복 6차로의 이 간단한 교량이 결코 간단치 않은 민자사업의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들을 배경에 깔고 있는 탓이다.

근본적으로야 이같은 고질적인 병폐에 시달리는 민자사업을 승인한 재정당국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는 문제지만, 이른바 '경쟁노선'으로 인한 손실보전을 확약하는 협약의 당사자 국토부의 책임방기, 그리고 이같은 실시협약이 체결될 당시 인천대교 사업시행자의 지분 49%를 점유하고 있던 대주주 인천시의 자기모순, 여기에 당초 과다 추정된 통행량을 기준으로 그 80%에 해당하는 MRG를 넘어 100% 손실보전을 인천시가 아닌 국토부가 확약할 것을 요구하는 민간사업자의 몽니가 겹쳐지면서 '제3연륙교 TF' 당사자들은 그동안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서왔다. 오죽하면 '유일한 해법은 시간'이라는 자조(自嘲)가 나돌았을까? 하기야 각각 20년과 15년 MRG 계약을 했던 공항고속도로와 인천대교의 MRG 잔여기간이 어느덧 5년과 9년 앞으로 다가왔으니, 농담조차 현실이 될 지경이다.

합리적인 판단으로는, 실제 전환교통량에 대한 손실보전을 인천시가 부담하고, 협약에 따른 손실보전 범위를 정하는 문제는 당사자인 국토부와 민간사업자가 협의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제3연륙교로 인한 인구유입 효과나 통행량 증가요인 등을 감안한다면 반드시 당사자들이 손실만 보게 될 일도 아닐 수 있지만, 이처럼 당사자들의 현실적인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문제들이라는 점에서 실제적으로 쉽지 않은 서로의 사정을 감안해 조금씩 양보하면서 타협하려는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데는 신의와 원칙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현실을 제약하거나 불편과 부당을 초래한다면 과감하게 조정하고 타협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지금은, 대승적인 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