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2차 방북에서 북한의 최고 실력자인 김정일을 만났다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 그동안 남북대립으로 얼어붙었던 교류가 두 사람의 만남으로 인해 남북경협에 물꼬가 터졌다는데서 역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김일성 사망이후 누구와도 만나지 않던 김정일이 국방위원장 취임후 처음으로 그것도 남한의 기업인을 만났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는 북한과 현대와의 관계 뿐만 아니라 장차 남북간의 정치협상도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이번 김정일과의 만남에서 금강산개발을 비롯해 공단조성사업 등 굵직 굵직한 사업을 협의, 김정일 북한 최고 지도자로부터 보증을 받아냈다는 것은 남북경협을 활성화 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는데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김정일이 이번에 현대의 요구사항을 들어준 것은 사실이나 항상 예측이 불가능했던 북한의 태도로 보아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남북경협의 장이 마련된 이상 정부와 기업들은 이제 단초가 마련된 것에 불과한 대북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신중한 대응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현대는 대북사업을 선점한다는 욕심이 앞서 사업계약에 무리가 없었는지 차분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소떼가 몰고온 대북사업 성과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남북경협의 길이 마련되었다는데서 다른 기업들도 과당경쟁을 벌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부작용과 그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항상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고 있는 북한의 태도이고 보면 사업규모가 클수록 위험부담도 크기 때문에 사업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함을 강조한다. 어제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김정일의 만남은 그것이 정/경 분리원칙에 따라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남북간 교류에 밑거름이 된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 기회를 잘 살리려면 경협에 나서는 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성급한 정치 협상도 기대해선 곤란하다. 꾸준한 햇볕정책으로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