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잡고 V리그 우승 … 강팀 탈바꿈 선수 '신구세대' 조화 한 몫
한국도로공사가 10년 만에 정상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개통했다.

도로공사는 7일 수원실내체육관 방문 경기에서 현대건설을 꺾고 2위 IBK기업은행과 3위 현대건설이 쫓아올 수 없을 만큼 격차를 벌리며 2014-2015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도로공사가 정규시즌을 제패한 것은 프로배구 원년인 KT&G 2005 V리그에서 정상에 오른 이후 처음이다.

도로공사는 원년 이후 지난 시즌까지 2위만 네 차례 차지했을 뿐 최하위 두 번과 4위 세 번 등 주로 하위권에서 맴돌았다.

2013-2014시즌에도 13승 17패에 그쳐 4위에 머문 도로공사가 한 시즌 만에 강팀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은 확실한 외국인 주포의 맹활약과 어우러진 신구 세대의 조화 덕분이다.

지난해까지 도로공사는 '니콜공사'로 불릴 만큼 외국인 선수 니콜 포셋(29·미국)에게 극도로 의존했다.

예나 지금이나 국내 최정상급 공격수로 맹위를 떨치는 니콜이지만 혼자서 팀을 지탱할 수는 없었다.

도로공사는 올 시즌을 앞두고 거물급 자유계약선수(FA)를 잇따라 영입하며 환골탈태에 나섰다.

2012-2013시즌 IBK기업은행을 정규리그·챔프전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던 베테랑 세터 이효희(35)를 데려와 조직력을 극대화했다.

거기에 2013-2014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세트당 블로킹 0.619개를 성공하며 GS칼텍스를 정상에 올려놓았던 센터 정대영(34)까지 영입, 탄탄한 블로킹 장벽을 쌓았다.

기존 멤버인 센터 장소연(41)도 발목 인대 파열이라는 부상과 수술, 재활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돌아와 힘을 보탰다.

서남원 감독부터 어린 선수들까지, 도로공사 선수단은 장소연을 '장샘(장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의지했다.
베테랑들이 터를 닦자, 아스팔트는 올 시즌 꽃망울을 터뜨린 신예가 깔았다.

프로 4년차 문정원(23)은 지난해 7월 컵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올 시즌 27경기 연속 서브 에이스 성공을 기록하며 '서브 퀸'으로 자리매김했다.

라이트로 프로에 데뷔해 지난 시즌까지 세 시즌 동안 17경기 출전이 전부였던 문정원은 올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와 겹치지 않는 레프트로 전향했다.

리시브와 수비를 보강한 문정원은 이날 전까지 퀵오픈 2위(성공률 50.00%), 서브 2위(세트당 0.58개), 리시브 5위(세트당 2.66개) 등으로 전방위 활약을 펼치며 올 시즌 도로공사의 최고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중견 황민경(25)은 부상 투혼으로 팀을 떠받쳤다.

무릎 부상 때문에 온전하지 못한 컨디션으로 한 시즌을 보내야 했지만 특유의 투지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시즌부터 팀을 이끈 서남원 감독의 더욱 정교해지는 지휘 아래 마침내 축포를 터뜨린 도로공사에 남은 과제는 당연히 챔피언결정전까지 아우르는 통합 우승이다.

도로공사는 정규시즌 정상에 올랐던 2005년 챔프전에서 KT&G에 1승 3패로 패하는 등 한 번도 마지막에 웃어보지 못했다.

정규시즌 2위로 진출한 2005-2006시즌 플레이오프에서 KT&G를 2승 무패로 꺾은 것이 유일한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일 정도로 봄에 약했다.

지난 시즌까지 여자배구 정규시즌 우승팀이 챔프전까지 거머쥔 것은 10번 중 5번으로, 확률은 정확히 절반이다.

사상 첫 챔프전 우승과 통합 우승을 위한 최적의 기회를 잡은 도로공사가 뻥 뚫린 탄탄대로를 질주할지, 얽히고설킨 미로를 헤쳐나가야 할지는 오는 27일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열리기 전까지 어떻게 준비하는지에 달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