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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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Culture Contents)의 정의는 그 추상성 만큼이나 다양하다. '문화'의 정의가 무려 164개에 이르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미디어 또는 플랫폼(platform)에 담기는 내용물로서 매체와 결합해 지식정보 유통의 전체적인 체계를 이루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문화기호학에선 '문화기호들의 연쇄적 조합이 창출한 결과물로 커뮤니케이션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상업화할 수 있는 재화'라고 규정한다. 어려운 개념이다.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문화콘텐츠학과'의 정체성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처럼 개념정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를 쉽게 말한다면 사람들이 지적·정서적으로 향유하는 모든 종류의 유·무형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가깝게는 공연·전시와 같은 예술작품에서부터 영상, 미디어, 그리고 스마트폰과 같은 '문명의 이기'들도 문화콘텐츠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개념정의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콘텐츠, 문화콘텐츠"를 말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즈음에서 '인천의 문화콘텐츠'를 한번쯤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싶었다. 인천관광공사를 인천도시공사에 통폐합시켰다가 관광이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결국 오는 7월쯤 인천관광공사를 재출범 시키는 인천시로서는 인천의 문화콘텐츠를 정립하고 활용방안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형이든 무형이든, 역사유산이든 문화콘텐츠는 다른 지역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내용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기자의 주관적인 시각으로 보는 인천의 주요 문화콘텐츠는 다음과 같다. 하지만 열거하는 내용들은 어디까지나 기자의 주관적인 판단일 뿐 일반적인 것도 정확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미리 밝혀둔다. 부평과 계양구의 경우 백운거사 이규보와 관련한 이야기와 흔적을 갖고 있다. '자오당터'와 '백운역' 등이 그것이다. '풍물축제' 또한 중요한 문화콘텐츠가 됐다. 서구는 검단을 중심으로 한 선사시대 유적과 함께 정서진, 세어도, 검여 유희강의 역사를 품고 있다. 남구는 문학산과 인천도호부, 인천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이 눈에 띄며 남동구는 '소래생태공원'과 '소래아트홀' 정도가 대표적 문화콘텐츠라 할 수 있다. 동구는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과 함께 '화도진축제'가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옹진은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5도가 많이 알려졌다.
강화도와 중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많은 문화콘텐츠를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강화도는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 조선,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면면이 이어져온 역사유산이 그대로 살아 있다. 강화를 가리켜 '뚜껑없는 박물관'이라 일컬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일 만큼 엄청난 문화콘텐츠를 품은 곳이 바로 강화도이다.

문제는 중구이다. 중구의 경우 개항장이었던 이유로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하거나 소중한 문화유산을 방치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얼마전 본보가 보도한 '인천우체국 훼손' 문제만도 그렇다. 중구의 대로인 신포로를 지나다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눈길을 주는 인천우체국은 인천시가 유형문화재 8호로 지정한 문화재건물이다. 그런데 지난해 2월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문화재정기점검에서 건물 곳곳에 균열 등이 발생, 보수조치와 함께 구조적 안전진단이 시급한 상황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인천시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재산이라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물론 인천시의 입장이 법적으로 잘못된 건 아니다. 그렇지만 관리감독 의무조차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문화재를 지정할 경우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5년에 한번씩 정기점검을 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의 경우 2007년 법 제정 이후 조례제정도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정기점검조차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중구의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자면 '조미수호통상조약체결장소'에 관한 얘기다. 본보는 세관의 자료협조에 따라 지난 2013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장소가 인천 중구 북성동 3가 8의3 (구) 라파치아웨딩홀 자리였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굴했다. 그 때까지는 지금의 '화도진공원', '오림포스호텔인천', 혹은 '제3의 장소'라고 알려졌었다.

그렇다면 학술대회 같은 것을 열어 이 장소에 대한 논의와 함께 정확한 비정에 나섰어야 했다. 나아가 이 곳을 이야기가 담긴 역사적 장소로 꾸며 미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였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2년이 다 되도록 '소 닭 보듯' 하고 있는 것이다. 효과적 마케팅과 적절한 홍보가 병행돼야 하지만 역사적 건물이나 장소가 문화관광적 측면에서 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상식'이다. 인천시가 추후 '문화중장기계획'을 세운다면 새로운 것을 추진하기 보다는 지금 있는 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보존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게 여러모로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