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한줄 읽기] 가능한 꿈의 공간들
방대한 지식과 독창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한 영화비평으로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해낸 저자는 이름도 나이도 얼굴도 공개하지 않은 채 20년 간 오직 글로써만 대중과 소통, 필명 '듀나'로 널리 알려진 SF작가이자 평론가인 저자가 2000년대 중반부터 매체에 기고한 글과 책을 위해 새로 쓴 글을 엮은 에세이집 <가능한 꿈의 공간들>이 발간됐다.

사회비평과 영화비평 사이를 오가며 예술, 대중문화, 국내외 이슈, 과학, 장르문학, 쇼 비즈니스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 이번 신작은 유신 정권하에 보낸 어린 시절과 80년대 군사정권의 일상, PC통신에서 영화로 교감하던 시절의 추억을 통해 저자의 내밀한 이야기를 드러내기도 한다. 쇼 비즈니스와 극 예술의 이면에 대한 탐구, 너무 익숙해서 지나쳐버리는 부조리에 대한 고찰, 영화와 영화관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사라져가는 가치와 아득한 꿈의 세계에 대한 몽상까지 총 4부로 구성됐다.

'건축학개론'에 숨어 있는 잔인한 이야기를 까발리고, '한공주'의 결말을 놓고 비극을 당연하게 여기는 습성을 지적하는 등 가치 전복과 위험한 편견을 하나씩 끄집어낸다.

듀나 지음, 씨네21북스, 264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