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시선] - 황해문화 86
자본·개발·계급·인문학 등 도시를 둘러싼 존재들과의 관계 고찰
노동에 대한 사법부 시각·한국 군대 문제점도 다뤄
<황해문화>는 2015년의 시작을 인구의 압도적 다수가 살아가는 도시적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자본과 도시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특집기획 <'삶의 공간' 도시:개발과 저항, 죽음과 재생의 드라마>가 그것.
이번 특집에는 모두 5편의 글이 실려 있다. ▲최병두 대구대 교수의 '탈산업 자본주의의 발전과 도시공간의 재편' ▲김수아 서울대 교수의 '신개발주의와 젠트리피케이션' ▲박영균 건국대 교수의 '계급과 도시재생의 문화지리' ▲허경 한국근현대문화사상연구소 연구원의 '도시인문학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도시인문학 담론의 계보학' ▲이상봉 부산대 교수의 '새로운 삶의 경계와 주체 형성-사회변혁운동의 공간적·문화적 전환' 등이 그것.

최병두 대구대 교수는 글을 통해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축적체제 하에서 인간의 노동과 도시공간이 자본에 의한 형식적 및 실질적 포섭을 넘어서 의제적 포섭으로 전환하면서, 어떠한 상대적 자율성의 여지도 남겨두지 않는 더욱 순수해진 자본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문제를 명징하게 해명한다. 이 글은 특히 박정희의 압축적 근대화를 위한 폭력적 도시개발문제는 물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도시기획이 갖는 신자유주의적 본질을 찬찬히 그리고 단호하게 짚어주고 있다. 또한 도시공간이 물질적 및 비물질적 생산과 부의 축적을 위한 자본의 장소이지만 역사적으로 도시화 과정은 잉여생산물의 배분과 활용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계급갈등과 투쟁의 연속이었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강조하면서 도시에 누적된 공유물들(물질적·경제적 잉여물에서 비물질적·문화적 도시경관에 이르기까지)은 자본가가 아니라 도시주민의 것이며, 도시주민들은 자신의 물질적 필요 충족과 정신적인 자아실현을 위해 이를 사용할 권리를 가짐을 천명하고 이를 실현시켜 나가야 할 것을 제기함으로써 대안적 경제와 도시공간을 희망하게 한다.

김수아 서울대 교수는 지역, 공간, 그곳의 사람들의 관점에서 시공간의 변화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한국에서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다뤄냈다. 이 글은 특히 한국 학술계나 도시개발 주체들이 도시재생과 도시마케팅을 위해 주도되어야 할 개념과 현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전용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장소의 핵심 가치가 변동하는 것을 포함한 젠트리피케이션은 특정한 역사적, 공간적 맥락에서 정부의 도시계획과 자본 그리고 다양한 주체들이 경쟁하고 협상하여 만들어내는 결과물임을 분명히 한다.

박영균 건국대 교수는 한국에서 도시인문학의 정초 작업을 시도한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의 연구기획을 주도해온 동력을 근거로 오늘날 '도시담론'이 점점 더 '문화화'하면서 '탈계급화'의 경향이 보이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허경 한국근현대문화사상연구소 연구원은 기존의 도시공학적 담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형성된 한국의 새로운 '인문학 담론'으로서 도시시학과 도시인문학의 태동과 전화를 소개한다. 특히 '도시인문학'에 포괄되는 담론들의 존재양식을 문제화한다.

이상봉 부산대 교수는 신자유주의적 글로벌화와 분권화가 동시에 진행, 공간의 포스트-모던적 재구성이 이루어지면서 도시공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을 다룬다.

이외에도 이번 황해문화 봄호는 다른 어느 호보다 읽을거리가 많다.
기획 <군대는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을까>에는 세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방위산업 비리, 깃털이 아닌 몸통을 봐야 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의 '군인에게 존엄을!-군인권을 위한 제언', <디펜스21+> 김종대 편집장의 '군사주의가 위협하는 민주주의'가 실려 한국 군대의 문제점을 집어낸다.

이번 호에서 특히 눈여겨볼 원고는 권영국(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협회 변호사)의 비평 '노동과 노동자를 보는 사법부의 시각'이다. 이 글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해고 무효소송 판결 패소를 비롯,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본질을 침해하는 판결을 내린 전국철도노조파업의 업무방해죄 인정,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혐의 무죄판결 등 사법의 정치화 현상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사법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해 민주권력으로 교체하고 사법수뇌부의 국민직선제 도입을 고려할 때라고 이야기한다.

이 글과 관련하여 볼 것이 바로 홍윤기(동국대 철학과 교수/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장)의 특별기고 '헌재 결정의 위헌성, 국가 진로의 위험성'이다.

홍윤기 교수는 지난 12월 헌법재판소가 판결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헌재 결정의 위헌성을 낱낱이 밝히고, 법조지배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진단하며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나가기 위한 제2차 민주화 운동을 준비하자고 제안한다.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