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정 일산경찰서청문감사실 경장
"남편 처벌이 무슨 소용인가요, 저는 지금도 혼자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얼마 전 남편에게 10여년 넘게 지속적으로 폭력과 협박에 시달리다 임시숙소로 피신한 피해자와의 상담 중 가슴에 와 닿았던 얘기다.

이렇게 피해를 경험한 당사자는 소외되고 혼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살인, 강도, 방화 등 강력범죄와 사회적 파장이 큰 범죄에 노출된 피해자의 경우는 범죄자에 관심이 집중되다보니 상대적으로 잊혀지기 쉽다.
그간 형사정책의 흐름은 가해자의 처벌과 함께 그 권리와 지위가 법적 당사자로 충분히 보장돼 있는 반면 정작 보호를 받아야 하는 피해자는 증거·증인의 제3자적 지위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법적·제도적 보장 장치는 미비할 수 밖에 없다.

범죄 피해자는 육체적 고통에 정신적인 충격이 더해져 보호와 치료에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회복하는 데 더욱 어려운 과정을 거치게 되고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된다.
현재 대부분의 피해자가 범죄 발생 직후가 아닌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에 케어(care)를 받다보니 전문가들은 범죄발생 초기부터 현장에서 신속하게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이는 범죄피해자가 피해 현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이 경찰이라는 점에서 그 역할에 대해 그 누구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경찰은 올해를 '피해자 보호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기존 경찰 시스템을 재정비해 신속한 정보 제공과 함께 2차 범죄의 불안 해소 등 그간 간과했던 일부터 찾아 바꿔 나가기로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전국 141명의 피해자 전담경찰관을 배치해 피해자 지원 활동을 시작했다. 사건 발생시 초기상담, 임시숙소 제공, 피해회복을 위한 유관기관 연계 등 피해자 지원·보호 업무를 수행하며 피해자가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상담 후 혼자가 아니란 걸 느꼈다는 피해자의 그 말한마디가 경찰이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태정 일산경찰서 청문감사실 경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