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매사업소 책임일꾼도 그냥은 물러설 수 없다는 듯 대거리를 했다.

 『너무 하지 않소. 줄도 서지 않고.』

 사관장은 어이없다는 픽 웃었다. 그리고는 수매사업소 책임일꾼 앞으로 바짝 다가서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기래서? 줄 서지 않고 입쌀 타간다고 동무 지금 나한테 시비하는 기야?

 『며칠씩 기다리는 사람도 있는데 량심이 좀 있어야지.』

 『량심? 수령님이 돌보시는 공화국은 군인 제일주의야. 간나새끼처럼 혼자 시부렁거리디 말고 불만 있으면 나오라. 어느 놈이야? 모조리 반동으로 신소해 사상검토부터 받게 해 주갔어.』

 『군인 제일주의? 우리도 기깐 군대살이 많이 했어. 말 그렇게 험하게 막 하지 마.』

 『뭐라구, 기깐 군대살이?』

 『그래, 신소해 봐. 공화국이 언제부터 줄 서서 차례 지키는 놈은 반동되고 새치기하는 놈은 우대 받는 세상 됐나?』

 『이 반동새끼! 너 이리 나와 보라. 내 아무리 바빠도.』

 사관장이 힘을 합쳐 달려드는 사민 한 사람을 끌어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데 수급과 지도원이 달려와 앞을 막았다. 그는 수매사업소 책임지도원의 멱살을 잡고 식식거리는 사관장부터 말리면서,

 『리해하시라요. 저 동무한테 무슨 잘못이 있갔습네까.』하며 멱살잡이 한 사관장의 손부터 풀었다. 그리고는 수매사업소 책임지도원을 나무랬다.

 『동무도 그 성질 좀 죽이라. 깜깜한 밤중에 포장도 안된 길을 달려가야 할 군인들 립장도 생각해 주어야지. 동무는 량곡 싣고 가던 군인 화물차가 고갯길에서 미끄러져 경리사관하고 운전병까지 죽었다는 소식도 못 들었어? 지금 이 분은 함께 복무하는 전연 동지들 배 굶기지 않으려고 목숨 걸고 부대를 떠나온 최전연 경리사관이야. 빨리 잘못했다고 사과해. 지금 우리 공화국은 남반부 국방군 아새끼들이 시도 때도 없이 위대한 수령님과 지도자 동지의 체면을 깎아 내리며 헐뜯고 있어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조성되고 있단 말일쎄.』

 수매사업소 책임지도원은 그때서야 수그러지며 사과했다.

 『최전연에서 나오신 줄은 몰랐습네다. 리해하시라요.』

 수급과 지도원이 잽싸게 끼어 들며 두 사람을 화해시켰다. 우우 둘러섰던 사람들도 최전연에서 나왔다는 말에 험악한 얼굴을 펴며 돌아섰다.

 『됐어.』

 사관장은 화해를 뿌리치며 기계실로 내려왔다. 바깥은 이미 어둠이 깔려 있었고, 기계실 곳곳에는 뽀얗게 먼지를 덮어 쓴 알전구들이 솜방망이처럼 붉은 빛을 토하고 있었다. 사관장은 저울질하는 도정일꾼 옆에 붙어 서서 포장을 지켜보다 차를 갖다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