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시선] - 철도의 눈물
수서발 KTX '민영화' 꼼수
효율성 앞세워 이동권 침해
적자노선 폐지 가속화 우려

"부패한 정부는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

언젠가부터 '민영화'라는 단어가 자주 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미 민영화는 상당부분 우리 곁에 자리잡고 있다. 제 각기 다른 이름으로 포장돼 있을 뿐이다. BRT, BTR 등 각기 다른 이름으로 학교와 터널, 도로 등의 사회기반시설들을 비롯, 전기와 가스, 하수처리 등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공공재들이 '민명화'가 되고 있고 민영화 전 단계에 있다.

인천에는 프랑스 업체 베올리아(VEOLIA)가 하수처리장을 운영하며 매년 수십억원의 이득을 남기고 있고, 인천대교, 우면산터널, 지하철 9호선 등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공공영역들이 '효율성'과 '수익성 재고'라는 명분 하에 '민영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이 거세게 반대하자 '선진화'라고 단어만 바꿔 27개 공기업을 민영화한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이른바 '민영화 만능론'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철도의 눈물>은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됐던 '철도 민영화'의 문제점을 다룬 책이다.

당시 추진됐던 수서발 KTX의 민영화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고스란히 추진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사회적 합의없는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새 국토부 장관이 임명되자 경쟁체제 도입을 발표했다.
 
▲누구를 위한 민영화일까
정부는 '수서발 KTX' 설립이 철도 민영화라고 하지 않는다. 코레일을 지주회사화하고 수서발 KTX만 운영하는 별도 자회사를 만들어 경쟁체제를 도입, 국민들에게 더 높은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자회사 운영권을 민간에 팔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명시한 만큼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철도공사가 마음만 먹는다면 정관을 변경해 민간재벌에 이를 매각할 수 있어 그 자체가 민영화는 아니라도 민영화로 가기 위한 전 단계임은 부인할 수 없다.

수서발 KTX는 철도의 황금노선이다. 황금노선만 운영하는 독립법인이 생기면 코레일의 재무건전성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모 기업인 코레일의 수익률을 낮추는 자회사라는 개념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지만 정부는 자회사가 잘되면 코레일도 긴장해 자연스럽게 경쟁체제가 자리잡아 국민들이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은 수익성이 높은 KTX와 같은 노선에서 번 돈으로 산간벽지를 다니는 적자노선을 보전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철도 공공성 체계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수익성이 악화된 코레일의 적자노선 폐지가 가속화될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미 수익성을 이유로 적자노선들이 폐지되고 있다.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국민들의 '이동권'이 침해받고 있는 셈이다.

88년이라는 시간동안 운행돼 왔던 '진해선'은 지난 1월을 기점으로 '운행 중단'됐다. 정부는 "하루 4차례 운행되는 진해선의 이용객은 2명, 2014년 한 해만 3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말로 운행중단을 선언했다. 목포-부산 부전역을 연결하는 노선인 '목포선' 역시 지난해 폐선 위기에 몰렸다가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목포-순천'으로 단축돼 운행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수익성을 내세운 노선 폐지의 위험은 언제든 도사리고 있다.
 
▲'민영화'는 철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로 '민간투자사업법'이 시행된 지 20년째다. 지난 1994년 정부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촉진법'을 제정하면서 민간자본을 본격 유치했다. 정부는 민간투자를 유치하면서 "SOC에 투자해야 하는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고 민간 경쟁을 이끌어 요금 인하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주요 사업들이 재정사업에서 민자사업으로 전환됐다.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천안-논산 고속도로, 인천 문학산터널, 대구-부산 고속도로가 1995년 민자사업으로 결정됐다.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부산신항만, 목포신외항 사업 등도 잇달아 민자사업으로 바뀌었다.

외환위기 이후 민간재원을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해 관련법인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전면개정했다.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이 신설됐고 신용보증한도도 확대됐다. 수익성이 좋아지자 건설사들이 신규 민간투자사업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2005년 이후에는 사업 대상이 기존 SOC 사업에서 복지, 교육, 환경 등으로 확대됐다. 박물관, 미술관, 의료원, 군인관사 등도 민간이 짓기 시작했다. 연간 10%가 넘는 수익률을 MRG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보장받기 때문이다.

이처럼 MRG 등으로 지원된 국민혈세는 지난 2013년까지 2조2585억원에 달한다. 인천공항고속도로가 1조897억원으로 가장 많다. 철도 상황도 똑같다. 인천국제공항철도와 지하철 9호선 등 4개 철도노선에 투입된 MRG는 지난해까지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민간고속도로는 한국도로공사가 만든 도로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싸다. "경쟁과 효율적 운영을 통해 사용료가 인하될 것"이라던 정부의 기대는 물거품이 된 지 오래다.
박흥수, 후마니타스, 244쪽, 1만3000원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