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사업소 가는 길(13)

 『좋다! 기럼 우리 악수 한번 더 하자우. 우린 고향두 같구 한배를 탄 동지라구.』

 곽인구 하사는 얼른 손을 내밀었다. 사관장은 뭔가 불안하기만 했던 근심덩어리를 해결한 사람처럼 인구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동무! 우리는 죽어두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한배를 탄 동지다. 어떤 일이 닥쳐도 입 다물어 줄 수 있갔디?』

 『녜! 믿어주시라요. 내레 한 생명 끝나는 날까지 절대로 변치 않갔시요.』

 『기래, 좋다! 날래 가서 출고지도서부터 떼어놓고 조반이나 먹으러 가자우』

 인구는 사관장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사단 후방부가 지정해준 양정사업소로 바삐 차를 몰았다. 금천역 앞에서 큰방아재고개로 넘어가는 큰 도로를 따라 한참 달리다 보니까 두어 번 가본 양정사업소가 나왔다. 지난 가을 추수철에 왔을 때만 해도 금천 군내 벌방지대에서 거두어온 알곡마대들이 넓은 양정사업소 앞마당에 노적봉처럼 쌓여 있었고, 군내 협동농장과 사회 각 기관에서 식량을 수령하러 온 소달구지와 자동차가 줄을 서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통에 양정사업소 안으로 바로 차를 몰고 들어가는 것은 힘이 들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렇지가 않았다. 왕겨를 퍼담고 있는 일꾼들만 몇 명 서 있을 뿐 소란스럽게 들려오던 기계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인구는 휑하니 빈 양정사업소 앞마당을 가로질러 바로 수급과 앞에 차를 세웠다.

 『야들, 대낮에 기계 돌리지 않구서리 뭐하구 있디?』

 뭔가 이상한 듯 사관장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인구는 반대편 문을 열고 화물차의 적재함으로 올라가 빈 마대 자루 속에 넣어온 사관장의 손가방부터 먼저 내려주었다. 그리고는 군복바지와 내의, 단복(체육복)과 속옷 등이 든 옷 보따리를 확인한 후 사관장에게 물었다.

 『이 보따리도 여기서 내리는 겁네까?』

 『아니야. 기건 월암리에 가서 내릴 기야. 내가 사무실로 올라가 지배인과 기사장 만나보고 출고지도서 떼어 올 테니까 그 옷 보따리 잘 지키고 있으라우. 여긴 멧따꿍(트럭털이) 하는 아새끼들이 많아 조심해야 돼.』

 『꼼짝 않고 지키갔시요. 염려 말고 다녀 오시라요.』

 사관장은 그때서야 마음이 놓이는 듯 수급과로 올라갔다. 엎드려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던 늙은 지도원이 먼저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시라요. 요사이 전연은 어드렇습네까?』

 『남반부 국방군 아새끼들이 시도 때도 없이 시비를 걸어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자주 자주 조성되고 있소. 기런데 여긴 와 이렇게 조용합네까? 기계 돌아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구서리.』

 『오후 다섯시까지 전기 들어오지 않는다는 거 여태 모르고 있었소?』

 늙은 지도원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