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훈 인천연탄은행 대표 인터뷰
지난 2007년 1월부터 … 직접 발품팔며 대상자 전수조사
올겨울 1560가구 후원 … "앞으로 10만여장 물량 필요해"
"몇 년 전 십정동 달동네로 배달을 갔을 때였습니다. 연탄을 받으시던 할머니들이 꼬깃꼬깃 접힌 1000원짜리 수십 장을 모아서 주셨어요. 후원이 줄었다는 뉴스를 봤다고,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달라고 하시면서요. 따뜻한 마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정성훈(사진) 인천연탄은행 대표는 "처음에는 깨닫지 못했는데 겨울마다 후원하고, 휴일까지 반납하며 도와주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새삼 느낀다"며 "항상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우리도 힘을 낸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부평구 산곡초등학교 후문 앞 배달 현장에서 만난 정 대표는 지난 2006년부터 연탄은행을 꾸려 왔다. 연탄은행은 후원금으로 연탄을 저축해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단체다.

지난 2002년 강원도 원주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언 채로 돌아가신 소식을 접한 허기복 목사가 기부받은 연탄 3000여장으로 시작했다.

정 대표는 "인천에도 연탄은행이 필요하다며 허 목사가 설득했지만, 광역시에 연탄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겠느냐며 마음을 접고 있었다"며 "2006년 겨울 만석동 쪽방촌 배달 현장을 갔다가 깜짝 놀라 바로 구청을 다니며 조사했다"고 말했다.

인천연탄은행은 지난 2007년 1월 연탄 4만 장으로 출발했다. 지게 10개와 리어카 하나뿐이었다. 직접 발품을 팔고 대상자 전수조사를 하며 기초자료를 만들었다. 조그만 사무실도 한칸 마련했지만 지킬 사람이 없고, 현장을 누벼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일하고 먹고 자는 1t 트럭이 사무실이 됐다.

이번 겨울 인천연탄은행은 1560가구에 연탄 45만여 장을 나눠주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 후원이 줄었지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도움과 꾸준한 손길이 큰 힘이 됐다.

정 대표는 "여전히 건물 사정상 기름 보일러를 땔 수 없는 가구가 많다. 외풍이 심하고, 돈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남은 겨울을 나려면 아직도 10만여 장 정도가 부족하다"고 했다.

내년이면 인천연탄은행 누적 후원 물량은 300만 장을 돌파할 전망이다. 전국 31개 연탄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축에 속한다. 300만 시민이 1장씩 도움을 준 셈이다. 정 대표는 10년 가까이 연탄은행을 이끌어온 공을 시민에게 돌렸다.

"언론으로 접한 시민들이 연탄은행을 일일이 찾아 전화로 묻고 후원해줍니다. 어렵고 귀찮은 일일 수 있는데도 정말 고마울 뿐이에요. 시민이 인천을 36.5도로 따뜻하게 데우고 있습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