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요정 S.E.S와 핑클의 대결, 원조 요정은 누구? /싸이더스 제공, 더팩트DB
영원한 요정 S.E.S와 핑클의 대결, 원조 요정은 누구? /싸이더스 제공, 더팩트DB

거리를 걷다 보면 '30년 원조', '대를 이은 원조'라는 홍보 문구를 내세운 가게를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어떤 일을 처음으로 시작한 사람을 뜻하는 원조라는 단어에는 그만큼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래서 이번 주엔 원조들의 대결의 장을 마련했다.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와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로 오랜만에 한데 모인 원조 국민 요정들을 링 위에 올리기엔 지금만큼 좋은 때가 없다.

섹시하고 성숙한 여자 친구 같았던 핑클(위)과 달리 요정 이미지를 강조했던 S.E.S /핑클 '핑클' '루비' S.E.S '아임 유어 걸' '드림스 컴 트루' 뮤직비디오 캡처
섹시하고 성숙한 여자 친구 같았던 핑클(위)과 달리 요정 이미지를 강조했던 S.E.S /핑클 '핑클' '루비' S.E.S '아임 유어 걸' '드림스 컴 트루' 뮤직비디오 캡처

ROUND1. '저스트 어 필링~ 느낀 그대로 말해♬'

제목 그대로 '느낀 대로 말하는' 라운드다. 두 그룹 가운데 '요정'이라는 수식어에 더 어울리는 비주얼로 활동한 그룹은 누구였을까. 요정의 상징인 올림머리와 당장이라도 날아갈 듯한 흰 옷을 고수했던 S.E.S가 이번 라운드의 승자다.

데뷔 때부터 S.E.S는 요정이었다. '의느님'의 손을 전혀 빌리지 않은 유진의 완벽한 컴퓨터 미모는 남성 팬들은 물론 여고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고, 바다와 슈는 각각 올림머리와 양갈래 머리로 귀여움을 살렸다.

S.E.S가 요정 콘셉트를 굳힌 건 2집 '드림스 컴 트루' 때부터였다.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실제 등에 날개를 단 요정으로 등장했다. 몽환적인 곡의 느낌을 살린 보컬과 유진 슈의 독특한 랩은 당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S.E.S는 이후 3집 '러브'와 4집 '감싸 안으며' '꿈을 모아서'까지 요정 콘셉트를 쭉 유지했다.

이에 비하면 핑클은 요정보다는 여자 친구에 가까웠다. 핑클은 지난 1998년 '블루 레인'으로 이별을 노래하며 등장했다. S.E.S가 당장이라도 품에 안고 싶은 요정이었다면 이미 데뷔 때부터 핑클은 이별이 뭔지 아는 성숙한 여성이었던 것.

고백도 S.E.S와는 사뭇 달랐다. S.E.S가 '나를 지켜줄 거야. 아껴왔던 작은 사랑도. 너의 곁에 그려질 꿈결 같은 나의 미래도'라며 다소 추상적이고 시적이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면 핑클은 '이것 봐. 나를 한 번 쳐다봐. 나 지금 예쁘다고 말해봐. 솔직히 너를 반하게 할 생각에 난생 처음 치마도 입었어'라며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2집에 수록된 '영원한 사랑'과 2.5집 수록 곡 '화이트'가 핑클의 요정다운 면모를 드러내긴 했지만 이후 핑클은 '나우'와 '핑클' 등을 발표하며 섹시하고 농염한 여성의 이미지를 굳혔다.

S.E.S의 3집 앨범 '러브'(왼쪽)는 여성 그룹 부문 단일 앨범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핑클 앨범 가운데 가장 많이 판매된 건 2집 '화이트'(오른쪽)였다. /'러브' '화이트' 앨범 커버
S.E.S의 3집 앨범 '러브'(왼쪽)는 여성 그룹 부문 단일 앨범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핑클 앨범 가운데 가장 많이 판매된 건 2집 '화이트'(오른쪽)였다. /'러브' '화이트' 앨범 커버

ROUND2. '내가 제일 잘 나가!'

국민 배우, 국민 여동생, 국민 요정 등에 붙는 '국민'이란 두 글자는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국민적인 인기와 지지를 받아야만 '국민 OO'이라 불릴 수 있다. 원조 요정 S.E.S와 핑클 가운데 국민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조금 더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팀은 누구일까.

물론 이번 라운드는 그저 수치를 비교하는 것뿐이다. 앨범 판매량이나 팬클럽 수는 인기의 척도 가운데 하나는 될 수 있어도 절대적인 기준은 될 수 없다. 핑클과 S.E.S는 활동했던 기간이 다른만큼 음악 프로그램 1위 횟수를 절대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 다만 앨범 판매량에 있어서는 S.E.S가 다소 앞섰다.

지난 1999년 발표된 S.E.S의 3집 앨범 '러브'는 '러브' '트와일라잇 존' '샤랄라' 등 세련된 곡이 다수 수록된 S.E.S 명반 가운데 하나다. 이 앨범은 약 76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는 여성 그룹 부문 단일 앨범 최다 판매량이다. 1집과 2집 역시 약 65만 장으로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

핑클 앨범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고를 기록한 건 지난 1999년 발매된 2집 '화이트'다. 이 앨범에는 '영원한 사랑' '자존심' 등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곡이 다수 수록돼 있다. 약 60만 장 판매됐다.

2.5집 '스페셜'과 3집 '나우' 역시 50만 장 가깝게 팔아치우며 핑클의 저력을 과시했다.

S.E.S와 핑클은 최근 '무한도전-토토가'와 '힐링캠프'에 출연해 팬들을 반갑게 했다. /MBC, SBS 방송 화면 캡처
S.E.S와 핑클은 최근 '무한도전-토토가'와 '힐링캠프'에 출연해 팬들을 반갑게 했다. /MBC, SBS 방송 화면 캡처

ROUND3. '항상 나의 곁에 있어줘♡'

누가 더 오래 팬들 곁에 남았는가의 대결이다. 약 8년간 함께 했던 핑클이 이번 라운드에서는 S.E.S를 눌렀다.

핑클은 지난 1998년 1집 '파인 킬링 리버티'로 데뷔한 이후 지난 2005년까지 8년간 팬들의 곁을 지켰다. 이 기간 동안 발표한 앨범은 총 9장으로 이 가운데 2.5집을 포함한 정규 앨범이 4장이다. 걸그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당신은 모르실거야' '한번만 더' 등이 수록된 리메이크 앨범도 발표했다.

이들은 또 정식 해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으며 언제든 마음이 맞으면 다시 활동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근엔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옥주현 성유리 이효리(전화 출연)가 등장해 불화설을 해명하고 여전히 돈독한 우애를 과시했다.

이에 비하면 S.E.S의 활동 기간은 6년으로 조금 아쉽다. 지난 1997년 1집 앨범 '아임 유어 걸'로 큰 성공을 거둔 후 약 1년에 한 장씩 정규 앨범을 발매했던 S.E.S는 지난 2005년 5집 '추즈 마이 라이프-유' 이후 더 이상의 정규 앨범을 내지 않았다. 재계약을 앞두고 바다와 슈가 소속사를 옮기며 S.E.S는 자연스럽게 해체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앨범 수에 있어서는 S.E.S가 앞선다. 재일교포 출신 멤버 슈가 있었던 S.E.S는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활동을 했기 때문. 오랜 시간 팬들의 곁을 지키진 못 했지만 한국 뿐 아니라 일본의 팬들과도 소통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또 최근엔 임신 중인 멤버 유진을 제외한 바다와 슈가 '무한도전-토토가'에 출연하며 팬들을 반갑게 했다.

한 줄 결론: 누가 원조면 어떠리, 요정은 죽지 않는데. /더팩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