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필 시인·수필가
더욱이 종편방송은 한술 더 떠 난리법석이다. 일각에선 요사이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행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때 우리 사회는 부자에 대한 증오현상이 있었다. 비싼 차를 보면 발길질을 한다든지, 돌을 던져 흠을 냈다. 이렇듯 '땅콩회항'보다 '증오회항'이 더 무섭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오너(owner)가 자신의 기업을 경영하려면 직원들에 대한 근무감독 방법은 다양하다. 상사의 업무지시가 바로 침투되지 않으면 화도 낼 수 있고, 고성이 나올 수도 있지 않는가. 대한항공사측은 특히 승객안전을 위해 직원감독이 남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한쪽만 보고 왈가왈부해선 안 된다. 조씨가 상사로서 승객서비스 문제를 가지고 부하에 대한 질타이지, 국민에게 직접 피해를 준 사건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인격만 일방적으로 폄하하는 것은 보도의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본다. 아직도 국민들 기억에 생생한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에게도 피의자 권리를 보호한다는 구실로 마스크를 쓰게 하고, 모자를 꾹 눌러 쓴 채로 얼굴마저 감춰주더니, 조씨는 국토부와 검찰에 나가 조사받는 피의자 신분인데 민낯을 공개했다. 심지어 조씨가 입은 옷까지 명품이니 고가니, 시비를 거는 것도 도가 지나치다. 이런 식의 인격살인은 문제가 없다고 보는가. 또한 조씨는 파렴치범도 아니고, 엽기적인 살인범도 아니지 않는가. 이처럼 사회적 논란거리로 확대 재생산하는지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이런 모습이 언론권력의 횡포로 국민의 눈에 비쳐지면 곤란하다. 뿐만 아니라 조씨가 재벌가의 딸이라는 이유로 짓뭉개고 모멸감을 주는 것은 성숙한 민주사회의 지성적 태도가 아니다. 죽을죄를 지고도 사죄하면 용서하고 포용해 주는 게 우리민족의 정서다.
이쯤에서 선동수준의 비판은 자제되길 바란다. 필자가 대한항공사 비행기로 중국여행을 갈 때마다 여승무원들로부터 기내의 따뜻한 식사제공과 친절한 서비스에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또 지금껏 불행한 사고가 한건도 없다는 것은 경영주체들이 직접 나서 세심하게 챙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영주 입장에서는 조직 관리를 위해서는 늘 직원한테 달콤한 칭찬만이 능사가 아니다. 때로는 상사의 추상같은 호령도 필요한 것은 직원들 기강해이가 사고를 자초할 수 있다. 국민 대다수가 아쉬운 점은 언론기관이 우리기업의 내부 이슈를 침소봉대시켜 지구촌에 흘리는 바람에, 세계 유수의 언론들까지 가세하여 국제적 조롱을 받게 되고 불매 운동한단다. 결국 누워서 침 뱉는 격이 되고 말았다. 이제 그만 비판을 접고서, 대한항공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경영주체가 흘린 피눈물도 함께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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