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시선]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
▲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 최태원 지음 이야기가있는집 229쪽, 1만원
정부 관료 조직 비효율적

NGO 새로운 사업에 한계

대기업 이윤 탓 지속 의문

사회문제 전문대응 어려워


가치 창출 따른 인센티브로

사회적 기업 성장환경 조성

맞춤형 해결사 늘려나가야




'사회적 기업'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

지난 2007년 정부가 '사회적 기업 육성법'을 제정했으니 법 제정을 기준으로 한다면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와 같은 상황이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기업의 형태 역시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등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 단순 청소대행업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기업의 장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600일간 옥중에 있던 최태원 회장이 낸 신간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 화제다.

재계 서열 3위의 SK그룹 회장이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 기업'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다소 의외이기 때문이다.

물론 SK가 다른 재벌 기업들에 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에 적극적이기는 했다.

하지만 옥중에서 사회적 기업에 관한 책을 저술한 그의 행보는 '사면'을 위한 '여론 형성 작업'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래도 재벌 그룹 회장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저술이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긍정적인 측면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최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CSR)과 정부와 비영리 조직의 활동으로는 사회적 문제 현안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사회적 기업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겪는 빈부격차와 청년실업, 노인복지 등을 정부 조직의 공공성에만 기대서는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사회문제 사회적 기업이 해결할 수 있다.

정부는 우리 사회 전반에 펼쳐진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예산을 편성하기도 하고 비영리 조직을 지원, 해결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기업들 역시 이미지 개선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분으로 장학사업과 저소득층 돕기 등의 다양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사업을 진행한다.

책에서 저자는 이 같은 방식이 날로 늘어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부족인 만큼 맞춤형 해결사인 '사회적 기업'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입법과 예산편성작업 등과 관료 조직의 비대함과 안정성 추구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비영리 조직은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새롭게 생겨나는 사회문제들 전반에 대해 새로운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과 현대, LG와 같은 대기업들이 확대 추진하고 있는 CSR 활동 또한 이윤극대화라는 논리에 언제든 그 지속성이 결여될 수 있다.

사회문제에 대한 전문가가 아닌 탓에 효과성도 의심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사회적 기업을 키우고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기업은 정부의 공공성과 영리 기업의 효율성이란 장점을 두루 갖춘 조직이면서 정부 기능과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영역의 문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비영리 조직에 기부된 돈과 영리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출한 CSR 비용은 대부분 일회성이라 회수가 불가능하지만 사회적 기업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활동 그 자체를 통해 수익을 창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나가며 사회문제를 완화시키거나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을 확충하기 위한 당근, SPC

사회적 기업과 관련한 법령이 제정된 지 어느덧 10년 가까이 됐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기업은 아직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의 장점이 현실화되고 사회적 기업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업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기업의 수가 충분히 많아져야 하고 정부 및 비영리 조직 등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기업 생태계 현실은 사회적 기업 숫자도 부족하고 문제 해결 역량과 성장에 필요한 투자금도 부족한 상태다.

저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 측정 기준을 만들고 사회적 가치가 창출된 정도에 따른 인센티브, 이른바 'SPC(Social Progress Credit)'를 도입을 통한 해법으로 제시했다.

사회적 기업이 자라날 수 있는 '생태계'를 인센티브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는 것.

사회적 가치에 기반을 둔 인센티브인 SPC(Social Progress Credit)의 도입을 제시한다.

SPC는 사회문제 해결 수준에 비례해 사회적 기업에 제공하는 금전적·비금전적 인센티브를 뜻한다.

사회적 기업이 본래의 목적인 사회적 가치 창출이 아닌 생존을 위해 재무 실적에 매달려 사회적 가치가 희생되지 않기 위한 방안인 셈이다.

최 회장은 SPC가 사회적 기업이 처한 사회적 가치 창출과 존속의 딜레마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SPC가 도입되면 이를 통해 사회적 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활성화될 수 있고 기존의 사회적 기업들도 SPC를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혁신에 나설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사회적 기업, 회장 본인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

최태원 회장은 기존의 기업들이 했던 CSR 활동으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회의감과 함께 이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던 끝에 사회적 기업을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이를 대외에 구체적으로 발표한 것이 지난 2009년 행복나눔재단 내 '사회적 기업 사업단'이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과 관련한 책을 출간하기 위해 2011년부터 준비해왔다고 한다.

SK그룹이 만든 사회적 기업도 총 16개사에 달해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처럼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지난 2013년 1월, 수 백억에 달하는 회사 자금을 횡령한 최태원 회장이 사회적 기업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은 아이러니로 남는다.

이 책이 진정성을 얻기 위해선 그가 앞으로 남은 형기를 성실히 받은 뒤 사회에 복귀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달려있다.

단순히 자신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600여 일에 달하는 수형생활 중 1600회가 넘는 면회를 하며 책을 썼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으로 사회적 기업을 연구한 것인지는 모두 그에게 달려있다.

참고로 SK그룹은 지난 2010년 4조969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 중 약 3%인 1500여억원을 CSR 예산으로 사용했다.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