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명 중·고교생 참여 열띤 논의
학습선택권 형식적 … 불만 목소리
▲ 원탁토론회의 현장. /사진제공=인천시교육청
"우리가 다니고 싶은 학교는요…."

인천 청소년들이 입을 열고, 귀를 열고, 마음을 열었다.

330명의 인천 중·고등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원탁 토론회를 연 것이다.

'내가 가고 싶은 학교'라는 주제로 2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된 토론회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차분하고도 소신있게 설명했다.

친구들의 생각을 귀담아 들으며 내 견해를 추가하거나 공감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직접 학교생활을 조성해 가는 참된 교육 현장이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10월25일 인천제일고등학교 강당에서 인천 소재 150여개 모든 중·고등학교가 참여해 성사됐다.

학교별로 1~2명씩의 학생이 동참했으며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역시 토론회의 처음부터 끝까지 청소년들과 원탁에 앉아 떠날 줄을 몰랐다.

토론회는 소수의 전문가 토론과 다수의 방청객으로 구분하지 않고, 참여한 모든 학생들이 직접 토론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32개 원탁 테이블에 10명씩에 조별로 모여 또래진행자 학생들의 진행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졌다.
또 각 테이블에서 오고가는 의견들이 웹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집계, 분석되면서 모두가 토론과정을 공유하고 합의점을 모아갔다.

▲"행복하지 않아요."

첫 번째 토론에서는 현재 학교생활의 불만족스러운 점을 진단했다.

토론 발제자로 나선 연송고 유현정 학생(고2)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매우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우리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OECD국가 65개국 중 최하위권임을 지적하며, 소수가 아닌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학교 현실 진단을 청소년이 직접 해보자고 제안했다.

곧바로 이어진 테이블 토론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학교현실에 대해 점점 깊은 대화들이 오고갔다.

"성적 외에는 다른 활동이나 개인의 재능은 아예 취급을 못 받고 있습니다. 성적이 나빠도 대인관계가 좋거나 리더쉽 있는 친구들은 그런 활동을 하면서 인정받을 수 있어야죠."

"방과후 학교, 야자에 대해 학습선택권 조례가 있다는데 솔직히 형식적인 설문일 뿐입니다. 안한다고 하면 부모님께 전화하거나 생기부에 불이익을 주는 분위기가 돼서 그냥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가 많아요."

"맞아요. 설문은 도대체 왜 하는지…. 어떤 학생은 수업 끝나고 재능을 살리기 위해 요리학원도 다니고, 운동도 하고 싶을 텐데 답답합니다."

"두발도 그렇고 복장규제도 그렇고 동아리 활동도 못하게 하고…. 학교가 학생들을 다 똑같은 복제인간으로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전 중학생인데 시험기간에 되면 예체능 과목 시간이 시험 뒤로 밀리기도 합니다."

"선생님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시간이 1교시입니다. 왜냐면 아이들이 아직 잠에 덜 깨서 수업하기 힘드니까 선생님들도 힘드신 겁니다. 이렇게 8시30분도 되기 전에 1교시를 시작하는 것은 모두를 힘들게 하는 비능률적인 일입니다."

이 같은 토론 과정은 330명이 동시에 실시한 무선 투표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표 참조>

'학교생활 중 가장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설문 조사 한 결과 토론 참가자 334명중에서 가장 많은 91명이 '입시위주의 획일적인 학교문화와 과도한 학습량'을 꼽았다.

이어 '권위적이고 비전문적인 수업지도'(66명), '수도권 유일의 두발규제'(61명) 순서였다.

▲내 개성 알아주는 학교 다니고 싶어

본격적으로 진행된 '내가 가고 싶은 학교' 토론에서 334명 중 가장 많은 113명의 청소년들이 '개인의 특성이 보장되는 맞춤형 진로활동', '다양한 진로 및 동아리 활동'을 '가고 싶은 학교'로 꼽았다.
<표 참조>

'학생자치활동의 보장'(68명), '선생님과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학교'(45명)순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그동안 쟁점이 되어왔던 의제에 대한 무선투표 결과가 관심을 모았다.

'희망등교시간'에 대해서는 중학생 참가자 절반(57명)이 8시 40분~9시 사이 등교를 희망했다.

고등학생 역시 절대 다수인 141명이 8시20분 이후부터 9시 사이 등교를 가장 많이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적인 방과후 학교, 야간자율학습의 학생 선택권에 대해서 중학생 127명중 72명, 고등학생 232명중 153명이 '형식적인 의견만 묻고 사실상 강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두발 규제에 대해서는 중·고등학생 대부분이 불만을 드러냈고 매우 불만이라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