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합창단 퇴임을 앞둔 윤학원 예술감독
1995년 고심끝에 부임

외국곡 감정표현 한계

한국적인 합창곡 제작

지난 20년 자랑스러워

잘 따라준 단원들 감사

내일 퇴임기념 음악회




인천시립합창단을 20년간 이끌며 인천을 넘어 세계 합창계에 '인천시립합창단'의 이름을 새겨왔던 윤학원 예술감독이 오는 30일 퇴임기념음악회를 끝으로 인천시민들과의 작별을 고한다.

그가 인천시립합창단의 예술감독 겸 지휘자로 오면서 다이내믹한 공연 구성과 연주력, 단원들의 다양하고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 등이 그와 합창단을 설명하는 단어가 됐다.

인천시 옹진군 출신으로 인천기계공고,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한 윤학원 지휘자. 지난 1970년 '월드비전선명회합창단'에서 지휘를 시작, '대우합창단'과 '서울레이디스싱어즈'를 맡아 세계에 내로라하는 합창대회에서 호평을 받아왔고 이후 지난 1995년, 인천시립합창단과 인연을 맺은 뒤 가장 한국적인 합창을 찾기 위해 열성을 다해왔다.

한국 합창음악의 위상을 높여왔고 아직도 가장 한국적인 합창을 찾고 있다는 윤학원 지휘자를 만나 퇴임 소감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합창단과 함께 한 20년을 돌아본다면.

20년 동안 엄청난 발전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최고의 무대는 모두 서 봤고 지난 2009년, 미국 ACDA 초청 공연에서는 첫 곡이 끝나자마자 수천 명의 관객들이 충격에 휩싸여 기립박수와 열광을 보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해외에서 보는 한국합창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뒤바꾼 사건으로 손 꼽힐 정도로 기억에 남는 사건인데 당시 한국곡 '뫼나리'를 첫 곡으로 불렀는데 기립박수가 나왔다.

ACJ 회장이 흥분해서 단원들에게 "당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아냐"며 "첫 곡 끝나자마자 기립박수를 받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호평했던 기억이 난다.

인천시립합창단 최고의 장점은 우리 작곡가에 의해 우리 곡을 갖고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합창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인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년 동안 있었던 인천시립합창단을 떠나는 게 아무래도 섭섭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나이도 있고 젋은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되겠다는 생각에 퇴임을 결정했다.



♪인천시립합창단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인천시립합창단과는 지난 1995년 10월에 인연을 맺었다.

그 전에 '대우 합창단'을 1983년부터 5년 동안 지휘를 했는데 단원들과 의견 충돌이 있어 결국엔 해체가 됐다.

세계 최고 심포지엄에서 대우합창단이 아시아 대표로 나가 굉장한 인기를 끌어 의욕적으로 했었는데 아쉽게 됐다.

대우 합창단의 해체 이후 '서울레이디싱어즈'를 맡아 지휘를 하고 있는데 인천종합문화회관 관장이 찾아와 지휘를 맡아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당시 인천시립합창단은 단원과 지휘자의 마찰로 인해 해체된 상태였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6개월 만에 다시 합창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지 내게 지휘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미 대우 합창단을 하면서 프로 합창단으로 인한 문제를 옆에서 지켜봤던 아내가 반대를 해 나 역시 프로 합창단은 하지 말자는 생각에 합창단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거절했다.

그런데 관장이 수 차례 찾아와서 "윤학원 선생님이 인천 출신인데 지역에 보람있는 일을 맡아달라"고 요청해 결국 다시 한번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왔다.



♪합창단만을 위한 전임작곡가가 있는데.

대우 합창단 시절 독일에서 공연을 했을 때 친한 지휘자에게 공연에 대한 평을 부탁했는데 음정도 좋고 소리도 좋지만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때 느낀 것이 우리는 바하를 죽어라 해도 독일 사람을 넘을 수 없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세계 최고가 되려면 한국작품을 만들어야 가능하지 외국 음악으로는 최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외국 곡을 하다보니 외국 사람들이 느끼는 그 감정을 우린 표현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이것이 한국적인 곡을 만들어줄 수 있는 전임작곡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계기가 됐고 이런 아픔을 갖고 있던 차에 인천시립합창단에 오는 조건으로 전임작곡가를 요구했다.

하지만 당장 전임작곡가가 생겼다고 해서 한국적인 합창곡이 바로 나왔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작곡가들이 학교에서 합창과 관련한 작곡을 제대로 배우지 않다보니 조금 한다는 사람을 뽑아도 일을 하면서 굉장히 힘들어 했다.

현재 전임작곡가로 있는 우효현씨를 뽑기 전까지 다들 2년을 하고도 도저히 못하겠다며 유학을 간다고 하기도 하고 힘든 점이 많았다.



♪퇴임기념 연주회는 어떻게 진행되나.

인천시립합창단과 함께 그동안의 해왔던 일들을 정리해서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동안의 활동들이 영상으로 펼쳐지고 대표적인 곡들을 부르고자 한다.

퇴임을 한다고 하니 다들 슬픈 눈으로 보는데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천시립합창단을 맡으면서 행복했고 그 동안의 시간들이 자랑스럽다.

인천시립합창단에서의 시간들이 보람되고 행복했다는 것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남는 합창단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그 동안에 내가 참 많이 어렵게 했다.

한 명씩 불러 따로 노래를 부르라고 하기도 하면서 단원들을 많이도 괴롭혔다.

그런 과정을 통해 세계적인 합창단이 됐기에 아마 단원 모두 보람을 느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렵게 가르쳤음에도 참고 잘해줘서 대단히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이제 퇴임을 하면 새로운 지휘자가 올 텐데 함께 힘을 합쳐서 지금까지 이뤄놓은 전통을 계승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나보다는 젊은 사람이 오겠지만 아마도 후임 지휘자에게는 쉽지는 않을 작업이 될 것 같다.

단원들 모두 세계 최고의 자리들을 겪어봤던 입장에서 신임 지휘자가 단원들을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단원들이 이해하고 지휘자를 위해 도와줘야 한다는 당부를 전하고 싶다.



♪인천시민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인천시립합창단 지휘를 맡으면서 시민들이 객석을 채워준 덕분에 힘이 들어도 참고 이겨낼 수 있었다.

공연 때마다 일일이 인사는 못했지만 공연에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새 지휘자가 오더라도 계속 관심을 가져주셔서 인천시립합창단이 발전을 거듭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