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스트 디케이드> 조지 프리드먼 지음 김홍래 옮김 쌤앤파커스 384쪽, 1만6500원
■2011년 예측 - EU, 미국 견제수준 안돼…러시아 위협요소 가능성

■2014년 현재 - 유럽발 재정위기론 재부상…러시아, 크림반도·가스 주도권



1991년 12월 미하일 고루바초프가 소비에트 연방 해체를 선언하며 사임한다.

이 사건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양극으로 나뉘었던 힘의 균형이 미국이라는 하나의 강대국으로 옮겨지는 계기가 된다.

미국 군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조지 프리드먼 저서 <넥스트 디케이드>에서 "앞으로 10년의 전략이 남아 있는 21세기의 세계 판도를 결정한다"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힘의 균형을 토대로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을 설명한다.

저자는 냉전의 종식으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된 미국이 제국주의를 어떻게 자국민들과 다른 나라에게 공화정이라는 제도로 보이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 동안 겪었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그리고 앞으로 향후 10년이라는 미래에서 미국이 전세계에서의 지정학적 패권을 놓지 않을 수 있는 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책에서 미국이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서 정치적인 관계 없이 상업적인 관계만을 맺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각 지역에 대한 지정학적 정책방향을 조절하는 방법을 통해 Pax Americana(아메리카의 힘에 의해 유지되는 평화) 시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그 동안 앞으로 향후 10년 내에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 될 수 있는 나라들로 중국과 인도, 그리고 유럽연합(EU)를 대부분 손 꼽았다.

하지만 저자는 각 지역별 단원에서 미국을 견제할 만한 세력들에 대한 미국의 대처방안과 그 방향을 제시한다.


▲美 지정학적 영향 재고 위한 전략 마련해야

첫 번째로 21세기 들어 시작된 부시 행정부의 중동정책의 방향성의 실패를 오바마 행정부가 수정해야 하고, 앞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정책적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이란을 견제할 세력으로 파키스탄과 터키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사실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연속된 전쟁으로 인해 많은 경제적, 도덕적 이익을 상실했다.

이제 그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부분에서 저자는 중동에서의 힘의 균형을 위한 방안으로 파키스탄과 터키를 꼽는다.

유럽에 대해 저자는 1993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의해 본격적인 탄생을 알린 유럽연합은 앞으로도 미국을 견제할 만한 세력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하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 이유로 이미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 등을 보며 알 수 있듯 유럽연합에서 약소국들에 대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의 대응은 하나의 유럽경제공동체를 만든다는 주장과는 사뭇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유럽 재정위기 당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을 이끌고 있는 국가들은 재정위기를 겪는 유로존 국가에 대한 지원에 인색했다.

그 결과 2011년 재정위기 사태의 시발점이었던 그리스 시장은 최근 다시금 요동치고 있다.

최근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7%를 웃돌고, 아테네증시는 급락하고 있어 유럽발 재정위기가 또 한번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 재건 막을 지정학적 균형점 찾아라

저자가 제기한 러시아 재건의 목소리도 비슷하게 들어맞고 있다.

저자는 유럽연합보다 독일과 러시아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러시아가 유럽 내에서 그 위치가 공고해질 수 있고 그 결과 유럽에서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소련 해체 당시 미국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해 현재 러시아가 재건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었다는 주장과 함께 미국이 지정학적 균형점을 찾아야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국가가 출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예견한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옛 소련을 재건하기 위한 러시아의 움직임을 봤을 때 미국은 유럽에서의 지정학적 균형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과 유럽연합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을 하나의 대응 카드로 내세우고 있는 러시아의 모습을 볼 때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는 큰 효용성을 갖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는 韓·中·日 3강 체제 균형 두도록

우리나라가 속한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성장은 뚜렷하지만, 13억의 인구 중 10억 이상의 인구가 극빈층에 해당하는 중국은 이미 생산경제와 소비경제의 불균형이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성장범위를 넘었다는 주장을 펼친다.

다음 10년 안에 지금까지의 경제적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하면서 일본과 같은 경제하락을 초래할 거라는 주장을 한다.

중국과 더불어 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을 이루는 국가로 저자는 일본을 꼽는다.

이미 잃어버린 20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일본이지만, 평생고용이라는 사회적 계약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경제적 성장을 희생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일본이 해군력의 증강을 토대로 중국과의 균형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일본, 3강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는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진 대북한 리스크에 대해 그다지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를 언급한 몇 줄이 채 되지 않은 분량에서 주목할 부분은 북한과의 통일문제이다.

향후 북한의 급격한 내란이나 경제적 붕괴 등으로 인한 혼란과 같은 사안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한국에게 통일은 핵심적인 변수가 아니라는 짧은 문장으로 통일한국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주변 강대국들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북한과의 통일로 인한 경제적 리스크, 그리고 주변 강대국들에 대한 국제정세분석가로서의 저자가 가진 생각을 보고 싶었던 기대를 무색하게 만든다.

이후 저자는 포화상태에 이른 기술혁신에 대한 안타까움과 화석연료의 고갈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는 새로운 대체에너지원의 개발을 통해 해결 가능한 문제로 쉽게 치부한다.

물론 저자가 말한 향후 10년이라는 시간 안에 화석연료를 대체할 방안을 찾기는 힘들겠지만, 일상적인 문제의 하나로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설명한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미국 대통령은 이러한 부분에 대한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것보다 앞에서 말한 지정학적 힘의 균형을 관리하는 방법을 통해 제국으로서의 미국의 방향성을 찾는 데에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미국 국제정세전문가의 글로 본 미국의 지정학적 패권에 대한 움직임은 철저히 계획돼 있다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라크를 침공하고, 이제는 그 전쟁에서 어떻게 또 다른 힘의 균형을 만드는 방안에 대한 설명과 논리는 무서우리만큼 철저하게 계획돼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