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마이, 기거이 무시기 소립네까? 직매점 앞에 줄 서 있는 인민들이 소비품이 절실하지 않다면 와 길케 일찍 나와 우리가 만든 인민소비품이 도착하기를 눈 빠지게 기다린다는 말이오?』

 된장소조 왕수련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식량 구하기 위해 장사하러 나온 사람들이라는 말입네다.』

 그 말은 맞다는 듯 젊은 조장들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석정달 아바이는 그만 멀뚱한 표정으로 젊은 조장들을 보고 물었다.

 『장사하러 나온 사람들이라니…기건 또 무시기 소리가?』

 『애구, 우리 아바이 동지는 정말 세상물정 돌아가는 것도 모르구 계시는가 봅네다. 직매점 앞에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은 말이라요, 식량이 제 날짜에 배급되지 않으니까니 인민소비품직매점 앞에 나와 줄 서 있다가 인민소비품이 도착하면 너도나도 달려들어 양말이고 옷가지고 비누고 성냥이고 닥치는 대로 사들여 시골로 내려간다고 합디다. 기러고 시골로 내려가서는 강냉이와 바꾼다고 합디다. 직매점에서 7원50전 주고 산 양말 한 켤레 들고 농촌으로 들어가면 강냉이 한 사발하고 물물교환이 되니까니 말입네다.』

 『길타면 직매점에서 7원50전 주고 산 양말 한 켤레를 시골 가서 강냉이 한 사발과 바꾸면 뭐 좀 남는 것이 있다는 말이가?』

 『아바이 동지는 늘 저렇다니까? 장마당에 나가 나이롱 양말 한 켤레 살라면 70원 주어야 하는데 우리 직매점에서는 그 10분의 1 가격인 7원50전에 구입하는데 와 장사가 되지 않갔습네까?』

 『기거이 사실이가? 나이롱 양말 한 켤레값이 장마당에서 70원이면 우리 집 막내아이 한 달 로임보다 많은데…우리 막내아이 고등중학교 졸업하고 공장에 취직해서 로임 받았다고 내놓는 것 보니까 60원이던데…?』

 『아니, 아바이 동지는 공화국 젊은 아이들 한 달 로임이 장마당에서 파는 양말 한 켤레 값도 안 된다는 걸 여태 모르구 있었습네까?』

 김치소조의 박두리 아주머니가 어이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석정달 아바이는 진짜 모르고 있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왕수련 아주머니가 다시 말을 받았다.

 『당에서는 패배주의 어쩌구 하지만 젊은 사람들 립장에서 보면 기것도 문제 있다 이 말입네다.』

 석정달 아바이가 그 말도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

 『기가 참! 중국 왔다갔다하면서 보따리 장사하는 조선족들 때문에 큰일이구만.』

 『와요. 그 사람들이 어째서요?』

 『그 사람들이 중국에서 수정주의를 싸들고 들어와 뿌리고 다니니까니 우리 공화국이 하루가 다르게 오염되고 있잖아. 길타구 장마당을 다 없애버릴 수도 없구….』

 『장마당이야 옛날처럼 당 일꾼들과 안전원들 앞세워 없애버리면 되지, 마음만 있으면야 못 없앨 것도 없잖습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