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상 '스파시바, 시베리아' 발간
민족 과거역사·고려인 삶 등 회고
<스파시바, 시베리아>

이지상 지음

삼인

268쪽, 1만5000원


이지상은 노래하는 사람이다.

20여년을 음악인으로 살아오며 그는 사람을 노래했다고 한다.

사실 난 가수 이지상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뭐 무식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부족한 것은 부족한 것이고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는 것이 더 창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그가 만든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4장의 앨범을 내고 민중들의 목소리를 노래에 담아낸 그의 노래가 갑자기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이다.

무엇이 20여년의 세월을 노래하며 민중과 함께했던 이를 시베리아로 이끌었을까.

지구 북방의 허파 시베리아라고 하면 1937년 스탈린의 소수민족 정책으로 강제 이주를 당했던 옛 선조들의 황망했을 모습과 새하얀 자작나무 숲 나무들 사이로 혹한의 추위와 함께 칼바람과 같은 눈보라가 절로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런 곳 시베리아를 저자는 2010년 여름부터 해마다 떠났다고 한다.

무엇을 찾기 위해 그는 시베리아로 떠나야 했을까.

무엇이 그를 시베리아로 이끌었을까.

책의 1부 마지막에서야 노래하는 가수 이지상이 왜 시베리아로 떠났는 지를 나홀로 어림짐작해볼 수 있었다.

이르쿠츠크의 자작나무 숲에서 그는 시베리아 동토에서 스러져간 항일 투사들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고, '왜 우리의 역사는 같은 민족을 지키지도 못하고 이리도 추운 곳에서 고독하게 살게 하는가' 진지하게 되물었다.

"바람이 한 번씩 불 때마다 어디선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숲에서 나는 오래전 가지가 꺾인 나무들부터 눈길을 들이대며 이름을 붙여 주었다. 저 나무는 침례교 목사 출신 백초 김규면. 저 나무는 고려공산당 이르쿠츠크파의 거두, 37년 스탈린에 의해 숙청당한 오하묵..."

그는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의 자작나무 숲 나무 하나 하나에 이름을 붙이며 갑자기 무릎 꿇고 앉아 보드카 한잔 올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혹한의 땅 시베리아에 와서야 떠올리는 게 가능한 이름들이라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저자는 책에서 고려인의 삶에 대해, 민족의 아픈 과거에 대해, 그리고 분단과 통일에 대해 세세하게 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하고 잊혀지고 있는 이들의 이름들을 시베리아 한복판에서 이따금씩 떼어 던져놓고 우수리스크에 이르러 강제이주 당한 고려인들에게 "살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을 잇는다.

남북으로 분단된 현실로 인해 저자는 버스와 기차를 타고 대륙의 국경을 넘지 못했다.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서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수 있었고 모스크바에 갈 수 있었다.

그는 땅끝마을에서 경의선을 거쳐 만주로, 초량에서 동해선을 타고 청진, 함흥을 거쳐 연해주로 가는 것을 꿈꾸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베리아 철도 여행이 한층 더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

신간 <스파시바, 시베리아>는 노래하는 저자 이지상이 노래가 아닌 '글'로 저 먼 시베리아 한 가운데에서 사람들과 만나며 느꼈던 감정들이 한 데 모아 담겨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와 함께 시베리아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제 민족의 땅은 밟지도 못하고 기차 여행도 아닌 해외(海外) 여행을 떠나온 사람, 고작 바이칼 호수보다 조금 더 큰 섬나라에서 온 여행객"일 수밖에 없다는 그의 탄식이 한자락 깔려 있는 이 책을 단순한 여행기로 치부하기엔 모자라다.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