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숙소에만 머물러 이따금 나타날때면 화제
3명 이상 모여 단체행동 선수촌 생활분위기 경직
"원(one)? 투(two)!"

지난 27일 오후 5시쯤 구월 아시아드 선수촌 식당 앞. 올림픽 앰블럼과 선수단 문양이 새겨진 배지를 가슴에 가득 단 미국인 2명이 나타나자 순식간에 각국 선수 예닐곱 명이 에워쌌다.

그중에는 북한 선수 3명도 있었다. 한 여자 선수는 마음에 드는 배지를 고르며 자신이 갖고 있던 것과 바꿨다. 1개를 더 달라며 흥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북한 선수단의 선수촌 생활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다른 나라 선수들과 달리 숙소 안에만 머물 때가 많지만, 이따금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로 떠오른다.

이날 선수촌 특설 무대에서는 뮤지컬 '비밥' 공연이 한창이었다. 당구장, 마사지실 등 편의 시설이 있는 선수서비스센터도 각국 선수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북한 선수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선수촌 관계자는 "저녁이면 센터가 꽉 찰 정도로 선수들이 많이 찾는데도, 북한 선수를 본 적이 없다"며 "며칠 전 꽃집에 들렀다는 얘길 들은 게 전부다. 아무래도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경직된 분위기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선수들은 홀로 다니지도 않는다. 적어도 3명 이상 뭉쳐서 돌아다닌다.

얼마 전에는 북한 남자 선수 1명이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동행한 조직위 직원이 옆에서 모든 대화를 도맡았다.

한 자원봉사자는 "북한 선수들은 거주구역 안에 있는 공동 세탁장만 오간다. 다른 곳에서는 얼굴을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선수촌 남문을 통과한 미니 버스에서는 북한 선수단복을 입은 20여명이 내렸다. 임원으로 보이는 남자 2명은 손에 든 인공기를 흔들며 걸었다.

"이따 또 나가야 하는데 밥 먹으러 갈까?""남자 경기 한답니까?"라는 말도 주고받았다. 여유롭게 응원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들이 향한 북한 선수단 숙소에는 창문이 굳게 닫힌 채 인공기 8개가 걸려 있었다.

/구자영·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