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과의 대화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신장섭 지음
북스코프 452쪽
1만6000원
▲ 1988년 옥포대우조선 현장경영 선언후 기능직원들과의 간담회를 하고 있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오른쪽)의 모습 /사진제공=대우세계경영연구회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 대화록 발간

확장투자·소극적 구조조정 정설 부정



1999년. 재계 2위이자 냉전체제가 붕괴돼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른 동유럽과 중앙아시아를 무대로 질주했던 대우그룹이 해체됐다.

당시 대우그룹의 해체는 대우자동차를 비롯, 대우전자 등 지역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인천에 꽤나 큰 충격파를 던졌다.

노동자들의 극렬한 정리해고 반대 투쟁이 부평을 비롯한 인천지역 일대에서 펼쳐졌고, 대우전자 인수와 관련한 잡음은 지역경제에서 큰 소란을 몰고 다녔던 것을 보면 인천에서 대우가 차지했던 비중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로부터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대우그룹 해체와 관련된 여러가지 책이 나왔고 당시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혔던 대부분의 대우 계열사들이 시간이 지나며 그 가치를 재평가받았다.

㈜대우였던 대우인터네셔널이 그랬고 옛 대우중공업이던 두산인프라코어가 그랬다.

옛 대우전자였던 대우일렉트로닉스만 부진할 뿐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우그룹 계열사들이 지금도 대우의 이름을 세계 곳곳에서 떨치고 있다.

13억불이라는 헐값에 팔려버린 대우자동차는 최근 GM의 하청기지화 논란을 겪고 있긴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해도 GM의 소형차 R&D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 GM 내에서도 중요성이 높았다.

지금에와서 돌아보면 15년 전 당시 대우그룹 해체가 과연 옳은 결정이었을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사실 IMF 이전까지만해도 대우자동차는 일명 패밀리 삼총사로 불렸던 '라노스'와 '누비라', '레간자'를 거의 동시에 출시, 기술력을 과시했다.

특히 동유럽을 기반으로한 해외공장 건설로 연 250만대에 달하는 생산능력을 통한 세계경영의 깃발은 인천사람들의 또 다른 자부심이기도 했다.

지난 2005년에는 소설가 이문열을 비롯, 김우중 회장과 인연이 있던 이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했는 지를 엮었던 책 <김우중, 신문배달원에서 세계최고경영자까지>가 해외도피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김 회장을 재평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면 이번엔 김우중 회장 본인이 그룹해체와 관련된 내용을 털어놓았다.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학 교수가 김 전 회장과의 대화록을 엮은 신간 <김우중과의 대화,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그것.

정부의 부실기업을 떠맡아 정상화시켰던 성공 신화 주역에서 경영 실패 주범으로 추락한 김 전 회장이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은 것이다.

이른바 대우 기획 해체설.

국내·외에서 통용되는 대우그룹의 해체는 대우가 무리한 차입경영과 지나친 확장 투자로 빚이 너무 많았고 외환위기가 닥쳤는데도 구조조정에 소극적이다가 결국엔 시장의 신뢰를 잃고 망했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져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과 달리 정부는 그룹해체 1년 전 대우자동차에게 쌍용자동차 인수를 떠넘겼다.

1999년 그룹해체 전에도 삼성자동차를 대우자동차로 편입시키려고까지 했다.

상식적으로 워크아웃 직전인 회사에게 부실기업들을 인수해 정상화시켜달라고 한 것은 도무지 앞 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대우그룹이 김대중(DJ) 정부에 의해 기획 해체됐다는 주장은 사실 새삼스럽지는 않고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던 문제다.

이 책은 그동안 그룹해체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에도 불구, 입을 굳게 다물었던 김 전 회장이 자신의 입장을 털어놓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IMF 국가부도 이후 2년 뒤에 터진 대우그룹 해체. 세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업 파산으로 기록된 일을 당사자였던 김 전 회장이 입을 연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책에서 "20년 가까이 세계 경제가 호황이었다. 그때 아시아만 잠깐 금융 위기였을 뿐이다. 실물 경제는 문제가 없었다. 관리들이 길게 보지 못한다. 20년 이상은 예상하고, 10년은 내다보면서 정책을 세워야 하는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세계 경영 투자를 멈추지 않았으면 2000년대에 크게 열매를 거둘 수 있었을 거다. 나중에 대우 계열사들이 다 좋아지지 않았느냐"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에게 3~6개월만 나가 있으면 잘 정리해서 대우자동차를 비롯한 8개 계열사를 경영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끝내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 등이 공개됐다.

IMF가 요구했던 민간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부진해진 기업투자는 결국 지금까지 일자리부족과 가계소득 저하로 이어졌고 기업 대출을 줄인 금융권이 가계 대출로 눈을 돌리면서 2000년 '카드대란'과 가계부채 400조원 시대를 몰고왔다.

하지만 우리와 달리 미국은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당시 미국은 세계최대 자동차 회사(GM)·상업은행(시티)·보험회사(AIG) 등을 경영진조차 바꾸지 않고 돈을 무제한 공급해서 살려냈다.

15년이 지난 지금에서 가정이지만 만일 대우도 이런 방식으로 살아났다면 어땠을까?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동유럽 시장 선점효과로 한국경제가 새로운 성장엔진을 가동할 수 있지 않았을까?!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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