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정체성 찾기] 이영태의 한시로 읽는 인천 옛모습
5> 교동팔경
▲ '광여도', 관아 하단에 응암과 동문 하단에 동진나루터가 보인다.

<교동군읍지>(1899년)에 '교동팔경'이 소개돼 있다. 그것을 선정하고 시를 지은 사람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東津送客 동진에서 손님을 전송
北門觀稼 북문에서 농사 살핌
鷹巖賞月 응암에서 달구경
龍井探花 용정에서 꽃을 찾음
遠浦稅帆 먼 포구의 세곡선
孤菴禪鍾 외로운 암자의 종소리
黍島漁燈 서도의 고기잡이 등불
鎭山夕烽 진산의 저녁 봉화

교동의 지리적 위치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물류(나루터, 세곡선), 생산기반(농업, 어업), 종교(사찰), 군사시설(봉화) 등이 제시돼 있다. 교동이 여타 지역과 변별되는 점을 감안한 선정이기에 현재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

懽然道舊焂然行 웃으며 옛정을 말하다 홀연히 가더라도
不是勞勞送客情 수고스럽게 손님 보내는 정은 아니네
海闊天長三萬里 너른 바다 먼 하늘은 삼만 리이고
搏風歸鳥渺雲程 바람 타고 돌아가는 새는 구름처럼 아득하네

위의 한시는 동진 나루터에서 전송하는 것을 소재로 하고 있다(東津送客). 굳이 나루터의 송객(送客)을 팔경의 첫째로 삼을 필요가 있을지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원경(遠景)과 근경(近景)의 상황을 감안하면 그러한 선택에 수긍할 수 있다. 먼저 원경의 경우, 그 곳은 인물 군상(群像)과 재화(財貨)가 집결돼 있는 공간이다. 나루터에 모여 있는 사람들과 재화는 예사 공간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드문 모습이다. 근경의 경우, 떠나는 자와 보내는 자의 애틋한 마음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들은 웃으며 옛정을 말하고 있지만 그러한 웃음 뒤에는 '먼 하늘은 삼만 리'처럼 헤어짐이 예정돼 있다. '바람 타고 돌아가는 새는 구름처럼 아득'하듯이 재회를 기약할 수 없기에 '손님 보내는 정(送客情)'은 수고스러울 리 없다.

一年明月最今宵 일 년 중에 달빛이 가장 밝은 오늘 밤
碧落雲空雁影蕭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에 기러기 그림자는 쓸쓸하네
桂棹蘭槳思美曲 삿대와 노 저으며 미인 생각하며 노래 부르니
隔江還有倚歌簫 강 건너에서 노래 소리와 퉁소 소리 들리네

동진 나루터의 동남쪽에 바위가 있는데 매바위, 상여바위, 응암여(鷹巖輿)로 불린다. 그 곳에서 '달구경 하기'가 교동팔경의 세 번째이다. '달구경'은 어느 때와 어느 장소이건 상관없는 게 아니라, 한시에 나타난 대로 '일 년 중에 달빛이 가장 밝은 오늘 밤'이면서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인 경우가 '달구경'의 적당한 때이다. 그러한 때에 물빛과 달빛이 어우러진 중간에 관찰자가 위치할 수 있는 매바위(鷹巖)는 '상월(賞月)'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그래서 소식(蘇軾)의 '적벽부(赤壁賦)' 구절을 견인하며 '달구경'의 감동을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물빛은 하늘에 닿을 듯하고(水光接天) … 뱃전 두드리며 노래 부르네(扣舷而歌之) … 맑은 물속에 빠진 달 그림자를 치네(擊空明兮)"가 그것이다.

人我中間較彼山 너와 나의 중간에 저 산과 견주고 있으니
鍾聲遙出白雲間 종소리는 흰 구름 사이로 멀리 퍼지네
天花亂落蒲團靜 눈발 휘날리자 포단에 조용히 앉으니
宿藹蒼蒼暮色寒 평화롭고 아득한 저녁빛은 차갑기만 하네

교동팔경의 여섯 번째로 '외로운 암자의 종소리(孤菴禪鍾)'이다. 외로운 암자(孤菴)는 화개산 남쪽 기슭에 있는 화개암(華蓋菴)을 지칭한다. 전등사의 말사(末寺)에 속해 있는 암자에서 치는 종소리는 흰 구름 사이로 울려 퍼지고 있다. 작자와 동료가 화개산과 견주고 있다는 표현으로 보아 그들은 암자로 올라가는 중간에 종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이윽고 눈발이 휘날릴 무렵 암자에 도착하자 승려가 포단(蒲團·방석)을 내밀었다. 포단에 앉아서 산 아래를 바라보니 거친 눈발 사이로 민가의 불빛이 손에 잡힐 듯 했다. 청각(종소리)을 통해 선계(禪界)에 접어든 듯했지만 촉각(차갑다)을 계기로 다시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