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 가을호 특집기획
세월호 참사 비평 등 수록
'계간 황해문화' 가을 호(통권 84호)가 우리 사회 속 '공공성'에 대한 깊이 있는 물음을 던졌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졌다.

국가란 무엇이고 국가는 어떤 정책을 펼 수 있을까.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책의 권두언을 통해 우리 주위에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

성장지상주의가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만능주의다.

전자는 발전국가론과 결합됐고, 후자는 야경국가론으로 이어진다.

이 두 흐름이 묘하게 뒤섞여 나타나기도 한다.

게다가 '자유방임의 종언'을 외치고 '투자의 사회화'를 주장하는 케인스주의 또는 그 변형이 종종 여기에 합류한다.

그래서 혼란스럽다.

그리고 이 셋 모두와 구분되는, '공공성'을 내세우는 흐름이 있다.

예컨대 영리병원 반대와 무상급식 찬성이 이 흐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모호하다.

바로 이런 혼란과 모호가 이번 가을호 특집의 기획 배경이며, 그 핵심어는 '공공성'이다고 기록했다.

이번 호 특집의 첫 글 '공공성: 개념, 역사, 쟁점'에서 고세훈 고려대학교 공공행정학부 교수는 "검토와 비판을 거쳐 도달하는 공공성의 정의는 공동체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구현하고자 하는 평등주의적 가치"라며 "이 정의는 주체로서 공동체를, 절차로서 민주주의를, 가치로서 평등을 적시하고, 공공 영역이 사적 세계만이 아니라 시장 세계와도 구별됨을 내포한다"고 정리했다.

또한 "이런 의미의 공공성은 근대 서구에서 시민권의 성장과 확장으로 확립됐는데, 이때 공공성의 최대 수호자는 국가였지만, 그 후 신자유주의가 부상하고 공과 사의 구분이 부정되거나 소멸하면서 공공성이 쇠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성의 복원을 위해 국가와 시민단체들 사이의 '기능적 배분'을 제안했다.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기초교육학부 교수는 공공성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특수성과 역사성에 주목했다.

그는 '공공성의 재구성: 성장은 공공성을 실현시킬 수 있는가'를 통해 "일제 강점기에 형성되기 시작한 국가주의적 집단주의에 입각한 발전 전략의 기본 틀이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고, 이는 박정희 시대의 '조국 근대화' 뿐만 아니라 김영삼 정부의 '국가 경쟁력'에서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신자유주의 유입과 이에 대한 반정립으로 인해 공공성이 특유의 의미를 가지게 됐고 한국사회에서 실현해야할 올바른 공공성은 사적 영역과 구별되는 공적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공과 사를 매개하는 논리로서의 공공성이어야 하며, 개인의 권리와 이익을 평등하게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정치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본과 국가: 한국사회에서의 공공성 논의'에서 "공공성은 경제학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경제학의 논의는 공공재를 둘러싼 시장 대 정부의 문제에 집중되며, '나쁜 국가'와 '좋은 국가'를 구분하는 구도를 갖는다"고 했다.

그는 "공공성이 중요한 현안으로 등장하는 경우에도, 철도민영화의 경우처럼 정부에 공공성을 지키라고 요구한다. '좋은 국가'가 되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좋은 국가'를 갖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공공성 문제가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경제학에서 공공성에 대한 논의를 두고 "시장과 국가 사이에서 공공성이 실종된 형국"이라고 덧붙이기도 한다. 공공성의 개념이 제대로 구성돼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시장에 대한 통제를 두고 편이 갈리면서 정작 공공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 자체는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특집의 마지막 글 '공공성 실현의 전략: 요구에서 힘 싸움으로'에서 하승우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民)이 '국가와 재벌의 연합'과 맞서 싸워야하고, 그러려면 힘이 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제 세 가지를 제시했는데, 첫째는 정부와 기업이 은폐하는 정보를 공개하고 둘의 결탁관계를 폭로해 이를 사회의제로 만드는 일이다.

다음은 철도·전력·수도 등 공공재를 중심에 두고 시민들이 자신들을 스스로 조직해 참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연대하는 것이다.

특히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와의 연대가 중요하다.

지역과 지역, 지역과 중앙을 잇는 연대도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정당이 나서야한다.

한편, 이번 가을 호에 실린 '비평' 등도 눈여겨볼만하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진보 교육감 시대'를, 오창룡 고려대 세계지역연구소 연구교수는 '2014년 유럽의회 선거와 극우 세력의 부상'을 분석했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는 '재난과 위험 속에서 침몰하는 책임-세월호 참사에 대하여'에서 사고의 책임을 묻는 두 가지 관점, 곧 안전규정을 무시하고 위법과 불법이 저지른 기업의 책임과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