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외교관, 평양에서 보낸 900일', 존 에버라드, 책과함께
2006 ~ 2008년 평양생활 담아내
당국, 외국인 동향 철저한 감시
채소빵 사먹은 소동 일화 눈길
▲ 평양 중심부. 건물들은 수리가 필요하지만 평양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설계된 도시다
▲ <영국 외교관, 평양에서 보낸 900일> 존 에버라드 지음 책과함께 364쪽, 1만8000원
▲ 김일성화 전시의 일부,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 모형으로 장식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응원단이 인천을 찾지 않겠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2005년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등 총 3차례에 걸쳐 파견됐던 북한 응원단을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볼 수 없게 된 것.

북한 응원단을 통한 문화교류 등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기대됐던 다양한 남북교류협력사업도 무산됐다.

북한 응원단이 단순한 볼거리가 아닌 남북교류 상징성이 짙다는 것은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등에서 이미 증명됐다는 점에서 북한의 응원단 파견 불가 방침은 아쉬움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북한 대표팀이 출전하는 14개 종목 역시 북한 응원단의 색다른 응원을 함께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인천아시안게임 흥행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응원단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크지만 이를 달래줄 만한 책이 새로 나왔다.
신간 <영국 외교관, 평양에서 보낸 900일>이 그것.

"어느 추운 날 평양공항에 낡아빠진 북한 비행기로 내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영국이 지난 2001년 평양에 대사관을 설립한 이후 두 번째 대사인 존 에버라드(John Everard)는 부임 첫 날을 이렇게 회고했다.

책에는 2006년 2월부터 2008년 7월까지 영국대사로 평양에 머물렀던 저자가 보고 느낀 북한의 모습이 담겨있다.

쉽게 북한을 갈 수 없고 정부의 통제 속에서 이따금씩 전해지는 북한의 모습을 보고 듣는 우리에게 책은 낯설지만 반가운 북한을 얘기한다.

자전거를 즐겨타던 에버라드가 샛노란 사이클 복장을 입고 기어가 여럿 달린 자전거를 타며 평양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다.

북한 당국에게 툭하면 평양과 주변 도시를 쏘다니는 이 괴짜 외교관이 얼마나 골칫거리였을 지 눈에 선할 지경.

에버라드는 '남포 여행 때 노점상에서 남새빵(채소빵)을 사먹은 것이 평양에 보고돼 외무성과 보안당국이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고 회상해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북한의 관심사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다보니 면책특권을 가진 외교관도 접근할 수 없는 '성역'이 너무나 많았다는 사실도 전한다.

그는 "평양의 외국인은 유독 눈에 띈다"며 "곳곳에 깔린 비밀경찰이 외국인과 대화하는 일반주민들을 감시하고 외국인들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미행한다"며 북한 당국의 감시가 상당했음을 설명한다.

그렇다고해도 그의 평양 관찰기는 예사롭지 않다.

서방 외교관의 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북한 주민의 삶의 현장에 닿아있는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

북한사회의 일상과 직장생활, 결혼생활 등 일상생활부터 매매춘과 외도 문제까지 담아낸 취재력을 통해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현장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다.

끝으로 저자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북한은 변화의 속도가 무척 느리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 나라는 변하고 있고 내가 떠난 이후 이미 변했다"고 적었다.

아울러 현재 북한의 상처가 곪아터질 때까지 놔두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식량을 포함한 여러가지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북한은 다른 나라들이 협상장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돌발 행동'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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