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7년간의 기록
실크로드 7년간 현장 탐사 … 풍부한 사진 담아 현장감 전달
중국 서안 - 중동 - 이탈리아 로마까지 1만㎞ 대장정 이야기
페르시아 제국 수도·사마르칸트서 고구려 성곽·벽화발견도
▲ <실크로드 7년간의 기록> 허우범·남창섭 지음 이너스 456쪽, 3만원
▲ 발칸반도에 위치한 몬테네그로 항구도시 페라스트의 전경. 저자들은 실크로드가 중국 서안에서 터키 이스탄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발칸반도를 통해 로마까지 이어졌을것으로 주장한다.
▲ 이란 아즈드에 위치한 침묵의 산
▲ 실크로드 불교문화의 중심지 돈황 막고굴
▲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우리에게 실크로드란 친숙하면서 낯선 이름이다.

학창시절 교과서를 통해 무수히 접하는 길.

하지만 아무래도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란 사실을 알기에 실크로드란 가깝고도 먼 이름이다.

동서양을 잇는 길. 직선거리로만 장장 1만km가 넘는 길을 통해 수 많은 문명이 교류하고 이를 통해 문명을 꽃 피웠다.

신간 <실크로드 7년간의 기록>은 7년동안 실크로드를 누비며 기록한 인문학적 여행서이자 일종의 현장 보고서다.

지금까지 실크로드를 다룬 책들이 연구 논문이나 학술서인 탓에 내용이 어렵고 현장감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던 것과 달리 이 책은 현장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사진으로 가득차 있다.

중국 서안에서부터 길을 시작, 중앙아시아와 중동을 거쳐 지중해와 발칸반도를 지나 이탈리아 로마까지의 대장정이었던 실크로드 탐사.

수 많은 민족과 국가가 명멸하며 역사와 문명을 만들어낸 이 길은 끊어질 듯 하다가도 끊임없는 생명력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실제로 중앙아시아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던 우즈베키스탄은 국가적 프로젝트 '신실크로드 건설'에 나섰다. 이를 통해 국가발전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책은 철저하게 '실크로드'라는 길에 대한 물음으로 가득차 있다.

실크로드를 통해 옛 문명들이 어떤 교류를 했는 지가 그것.

책은 실크로드가 처음 열렸던 시점으로 돌아가 수많은 이들이 이 길을 따라 희로애락을 겪던 모습을 상상한다.

중국 서안(옛 장안)이 서역에서 온 상인들이 가져온 보석과 향신료들로 넘쳐났던 국제도시였고 유곳에서 거래가 되던 문물을 통해 서역인들의 문화와 습속이 인기를 끌었다.

실크로드를 통해 이뤄진는 문화적 교류의 한 단면이 책을 통해 눈 앞에 펼쳐진다.

이외에도 탐사단은 페르시아 제국의 수도에서 고구려와 같은 방식의 성곽을 발견하기도 했고 중앙아시아 사마르칸트 벽화에서 만난 고구려인들의 모습을 보며 글로벌 고구려의 위상에 감탄하기도한다.

특히 탐사단이 중국의 침략에도 난공불락이었던 고구려의 성곽이 페르시아와의 문명교류의 결과물이었다는 점을 국내 학계 최초로 밝혀내 실크로드 탐사의 의미를 더했다.

중국 시인으로 유명한 이태백이 사실은 중국인이 아닌 페르시아인이라는 점도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이다.

실크로드의 대표적 교역품이던 유리가 신라를 통해 일본으로 전해졌다는 사실과 한무제의 침략으로 멸망한 대원국(현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 지역)의 천마가 고구려와 신라로 전래되는 것 역시 실크로드의 역사적 산물이다.

이처럼 실크로드라는 문명의 고속도로는 단순히 문물들의 교역이 이뤄지는 물류 기능만이 아닌 건축술과 같은 광범위한 교류의 통로였음을 알 수 있다.

탐사단은 실크로드를 추적하며 스칼린의 강제이주정책으로 인해 중앙아시아 벌판으로 내몰린 고려인들의 억척스러웠던 삶의 흔적을 보며 가슴아파하기도 한다.

책 속에는 수백 장에 이르는 사진들과 실크로드가 지나는 각 도시들의 역사적 사실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처럼 실크로드 현장 탐사는 '눈'과 '발'과 '땀'으로 만들어졌다.

책을 통해 저자와 함께 '실크로드'를 걷다보면 실크로드를 통해 역사와 문명이 어떻게 바뀌어 갔는 지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흔히 실크로드를 얘기할 때 대부분은 실크로드가 터키의 이스탄불까지 이어졌다고만 말할 뿐 발칸반도 지역을 얘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왜 탐사단이 발칸반도와 지중해 일대를 실크로드에 포함시켰는 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하지만 탐사단은 로마가 섬이 아닌 이상 육상실크로드가 로마까지 육로로 이어져야 하고 발칸반도야 말로 터키에서 로마로 이어지는 육로라는 주장을 펼치며 문명교류의 길인 실크로드가 이탈리아 로마까지 이어졌다고 얘기한다.

탐사단은 살아있는 실크로드를 만나기 위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장장 7년간 개인적인 시간과 자금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실크로드의 흔적이 살아있는 곳이라면 그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은 집념이 이 책을 낳은 것이다.

총 6부 56장으로 이뤄진 이 책은 중국 서안에서 시작, 중앙아시아를 관통하고 중동을 지나 이탈리아까지 장장 1만㎞가 넘는 대장정이 담겨있다.

로마에 이르는 육상실크로드라면 빼놓을 수 없는 발칸반도를 다룬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각 부마다 탐사단이 이동한 경로와 실크로드와 관련된 유적지들의 사진이 담겨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실크로드의 현장을 보다 쉽게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인류의 발걸음이 만들어낸 실크로드.

책은 1만㎞에 달하는 그 길이 어떻게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바꿔나갔는 지 생생하게 확인시켜준다.

문물이 오고가며 각 도시의 흥망성쇠를 좌우했던 실크로드. 이 길을 통해 저자는 단절을 넘어 하나가 되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다고 말한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과거 문명의 교역로였던 실크로드의 중요성은 과거와 달리 덜해졌을 지 모른다.

하지만 동서양 문명이 함께 어우러지는 현장을 기억하고 다시금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


관련기사
사소한 결단 못내리는 어린이 같은 2030세대 올리버 예게스 지음 미래의창 272쪽, 1만2000원 젊은이들을 부르는 명칭들이 자주 바뀌던 때가 있었다. 90년대 중반 물질적·문화적 풍요를 누리며 신인류라 불리웠던 X세대가 있었고 인터넷과 휴대폰이 발달하자 네트워크 세대라는 의미에서 N세대가 등장했다. 기성세대들은 자신들과 달리 뚜렷한 개성을 가진 새로운 세대가 등장할 때면 이들의 성격을 규정하기 바빴다. 90년대 X세대라 불리었던 이들이 어느 덧 기성세대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 현재 20∼30대는 무엇이라 규정할 수 있을까. 독일에서는 한 젊은 저널리스트가 일간지 에 기... 17C부터 현대인까지 후루룩 흡입력있는 우리냉면 이야기 '밍밍하고 심심하다' 하지만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맛, 본래 먹던 철이 아닌 더운 여름철이면 누구나 한번은 당연스레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냉면이다. 더운 여름 날, 음식점에 걸린 '냉면개시' 빨간 깃발은 사막 속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한 느낌은 전하며 자연스레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 이처럼 '냉면'이라는 음식은 요즘 한국인들에게 무더운 여름을 견디게 만드는 음식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냉면을 하는 음식점은 매우 드물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될 정도다. 냉면의 원조인 '평양냉면'이 겨울철 별미이고 육수의 참맛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