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열전, 백헌석, 최혜림 지음, 인물과사상
고종·김구 선생 관련 일화 소개
역사현장·먹는법·맛집 등 실어
▲ <냉면열전> 백헌석·최혜림 지음 인물과사상 280쪽, 1만4000원
'밍밍하고 심심하다' 하지만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맛, 본래 먹던 철이 아닌 더운 여름철이면 누구나 한번은 당연스레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냉면이다.

더운 여름 날, 음식점에 걸린 '냉면개시' 빨간 깃발은 사막 속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한 느낌은 전하며 자연스레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

이처럼 '냉면'이라는 음식은 요즘 한국인들에게 무더운 여름을 견디게 만드는 음식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냉면을 하는 음식점은 매우 드물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될 정도다.

냉면의 원조인 '평양냉면'이 겨울철 별미이고 육수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 너무 찬 육수는 금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 또한 드물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제대로 된 우리나라 냉면 맛을 찾을 수 있을까?

신간 <냉면열전>은 '냉면'을 다룬 책이자 냉면교과서다.

책은 한국인이 즐겨 먹는 냉면을 문화·역사 등 다양한 관점으로 담아냈다.

지난해 방영됐던 MBC 다큐스페셜 '냉면'을 기초로 깊이있는 자료를 더했다.

냉면이 우리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조선 중기인 17세기 초. 예부터 국수를 즐겨 먹던 우리 선조들은 조선 팔도 어디서든 쑥쑥 자라는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조선시대 문신이던 장유는 "젓가락을 입에 넣으니 맛이 입속에서 살아나고 옷을 더 입어야 할 정도로 차가운 기운이 온 몸을 뚫는다"고 표현하며 냉면을 예찬한다.

백범 김구 선생과 고종이 냉면을 좋아했다는 흔하지 않은 사실도 알 수 있다.

김구 선생은 해방 이후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을 만나고 난 뒤 북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냉면집을 찾아 그 자리에서 냉면 두 그릇을 비울 정도로 냉면을 좋아했다고 한다.

고종 역시 냉면 사랑이 유별났다고 한다. 미식가인 그는 짜고 매운 음식을 싫어했다.

왕궁에 공식행사가 있을 때는 반드시 냉면을 만들어 올리라는 명을 내릴 정도로 냉면을 좋아했다고 한다.
냉면은 남북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1970년대 초 성사된 남북적십자회담에서 남북 대표들은 정치적이지 않으면서도 남북이 공유할 수 있는 냉면을 주제로 서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당시 북에서 회담이 열릴 때는 평양냉면이, 남에서 열릴 때는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함께 제공됐다는 사실을 책은 설명한다.

책은 냉면을 맛있게 먹는 방법도 자세히 설명했다.

냉면 마니아들은 식당의 주방 가장 가까이 앉는다.

면발이 붇기 전에 먹기 위해서다.

저자는 "메밀면은 이로 끊는 게 아니라 목젖으로 끊어야 하는 음식이라 입안 가득 넣고 먹어야 섬세한 메밀 향을 느끼 수 있다"고 말한다.

냉면 맛집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는다.

저자는 14곳의 전국 맛집을 설명하며 각 음식점들에 대한 평과 주소를 실어 책을 읽은 독자들로 하여금 냉면을 찾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어버렸다.

가보지 않은 냉면 전문점이 있다면 이 책을 참고해 유랑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서평을 쓰다가 결국 후배를 불러 신포동에 위치한 '경인면옥'을 찾아 평양냉면을 먹었을 정도다.

MSG에 길들여진 입맛엔 다소 밍밍할 수 있겠지만 음식점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냉면 생각이 난다.

굳이 서울을 가지 않더라도 인천지역에서 평양냉면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책을 읽어보며 한 번쯤 찾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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