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지역의 공장이나 기업소의 생필직장에는 노동자나 사무원으로 퇴직한 연로자들이 주로 참여했다. 중소도시지역의 가내작업반에는 일반 가정의 주부들과 일정한 직장이 없는 부양가족들이 주로 참여했다. 그밖의 농촌지역 부업반에는 협동농장원들과 그 가족들이 참여했다. 성복순이 다니고 있는 66호 노동교양소 가내작업반에는 그녀와 같이 성실하게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게 된 비사회주의경범죄자 출신들이나 그 부양가족들이 작업반 성원으로 가담했다.

 이들이 생산한 제품들은 공화국 내 각 지역에 개설되어 있는 8·3인민소비품직매점을 통해 최종소비자인 도·시(구역)·군 지역 인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었다. 자신이 직접 8·3인민소비품을 만들고 있어서 그런지 성복순은 매일 아침 동림군 8·3인민소비품직매점 앞을 지나올 때마다 그 간판이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만든 8·3인민소비품들이 저 직매점을 통해 인민들에게 공급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어느 때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질 때도 있었다. 비사회주의경범죄자로 붙잡혀 들어가 배불뚝이 몸으로 무임금노동교화형을 받고 있을 때는 자신이 공화국 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줄은 감히 상상도 해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지난 날을 생각하면 자신의 오늘이 있게 해준 김유동 부비서한테는 늘 감사하면서 살아야 하는데도 그만 친정 집에 찾아오면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뛰면서 부담스러워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녀는 또 다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처녀 시절 유동 오빠를 사랑했던 첫사랑의 인연 때문에 기럴까?

 성복순은 자기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해보다 돌연,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럼 무엇 때문일까?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성복순은 66호 노동교양소 가내작업반으로 통하는 룡산리 삼거리 쪽으로 내려갔다. 그때 등 뒤에서 화물자동차가 길을 비켜 달라고 경적을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복순은 화들짝 놀라면서 길 가장자리로 물러섰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생각지도 않던 김유동 부비서가 화물자동차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김유동 부비서는 저벅저벅 그녀 곁으로 다가와 가내작업반까지 실어줄 테니까 빨리 화물자동차에 올라타라고 손짓을 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전후 사정도 알아보지 않고 덜렁 화물자동차에 몸을 싣는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져 궁금증부터 물었다.

 『오빠가 여기 웬 일이야요?』

 『네 언니가 위중하다고 해서 군 인민병원에 갔다오는 길이야. 날래 올라 타. 가내작업반 앞에서 내려줄 테니까니.』

 『아니야요. 그냥 걸어가갔시요. 빨리 오빠 갈 길이나 가보시라요.』

 『와 기래? 타고 가면 날래 가는데?』

 뜻밖이라는 듯 부비서는 언성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