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15개 업체 중 절반이상 상여금 없거나 감축
가계지출 감소전망 … 정부 내수활성책 실효성 지적
# 인천 남동구의 한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박모(38)씨는 여름 휴가를 앞두고 들떠 있던 마음이 순간 가라앉는 일이 있었다. 회사에서 올해 여름 휴가 때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이유다. 박 씨는 "얼마 전 회사에서 '불황으로 휴가비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해, 이번 휴가 때는 전보다 아껴야 할 판"이라며 "입사한지 10년이 다 돼 가는데 휴가비가 없던 적은 처음이라, '회사가 워낙 어렵구나' 싶기도 하지만, 당연한 보너스로 여겨졌던 돈을 받지 못하니 아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인천 부평구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연이어 회사 매출이 떨어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직원들 상여금과 관련해서는 손을 댈 생각이 없었는데, 워낙 업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근로자들의 여름 휴가비를 줄이기로 했다"며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최근 산업계의 경기l 비관적인 인식이 늘어나면서 휴가비 지급을 포기하는 인천지역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1년에 몇 번 없는 장기 연휴를 조금 더 윤택하게 보내라는 취지로 지급했던 휴가비가 줄거나 없을 때 근로자들의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하계 휴가 하루 더 가기' 캠페인 등을 통해 내수 진작에 열성이지만, 정작 근로자들의 여름 휴가는 궁핍해지고 있다.

최근 인천상공회의소가 인천 지역 315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여름 휴가 관련 기업인 의견 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기업들에서 상여금 지급 계획이 없었다.

여름 휴가 상여금 지급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없다'(46.6%)라고 응답한 업체가 과반수에 육박했다. 나머지 업체들은 '기본급 30% 이하' 17.0%, '기본급 30~50%' 16.1%, '기본급 51∼100%' 7.4%, '기본급 100% 이상' 1.0% 등 지급하더라도 소소하게 지급하려는 업체들이 올해 여름 휴가 상여금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적어졌다'는 의견도 13.7%나 있었다.

'많아졌다' 2.9%와 비교했을 때 11%p 정도 더 높다.
이번 여름 휴가 때 기업들이 휴가비를 없애거나 줄이는 이유는 업계 전반적인 불황 때문이다.

연봉제를 하는 바람에 보너스의 기분을 못 느끼는 곳도 있지만, 지급 여력이 없어서 휴가를 떠나는 근로자들에게 성의 표시하기도 버거운 지역 중소기업이 태반이다.

이런 현상은 인천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2014년 하계 휴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하계 휴가비를 지급할 예정인 기업은 71.4%로, 지난해(72.3%)보다 0.9%p 감소했다.

기업 규모 별로는 대기업 가운데 72.4%가 휴가비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응답해 지난해보다 1.2%p 줄었다.
중소기업은 지난해보다 0.7%p 감소해 71.2%가 휴가비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진 근로자들이 늘면서 정부가 올해 하반기 국내 관광 회복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하계 휴가 하루 더 가기' 캠페인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월호 사고 이후 위축된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는 첫 방안으로 국민들이 여름 휴가를 하루 더 가도록 권장해 소비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기업이 돈을 풀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자도 휴가 관련 지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인천지역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들이 돈을 풀어 근로자나 그 가족들이 쓰는 돈이 늘면 당연히 내수가 활성화 될텐데, 여러가지 문제들로 막혀 있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