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면 출판만화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본 대중문화 개방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개방의 직접 영향을 받게될 각 분야가 손익계산에 바쁘다.

 그러나 출판만화의 경우 개방이 본격화하더라도 영화, 가요, 음반 등 타 분야와 달리 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출판만화시장은 90년에 이미 개방돼 현재 책들이 자유롭게 국내에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행된 출판만화는 6천2백97종에 2천3백60만여권. 이는 한해 전보다 발행종수에서 12.6%, 발행부수에서 30.9% 증가한 것이다.

 이 가운데 일본만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60%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즉 국내 출판만화시장에서 일본만화의 점유율은 절반을 넘고 있는 셈. 이 통계는 정부에 납본된 것을 근거로 한 계산으로 무단복제돼 유통되는 만화도 상당수에 이른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만화는 대부분 지하로 흘러들어 유통됐다. 그러다 90년에 만화주간지 「IQ점프」가 낸 부록 「드래곤볼」이 첫 공식 수입만화로 기록됐다.

 이후 일본 출판만화는 해마다 크게 늘어 청소년 중심으로 읽히고 있다.

 일본만화가 인기를 모으는 것은 이야기 자체를 재미있게 풀어나가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채워주고 있기 때문. 그림도 매우 세밀해 면당 10장 내외로 6장 안팎인 국내만화보다 많은 편이다. 청소년들이 일본만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배경에는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TV용 애니메이션 만화와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만화가협회 이두호 회장은 『출판만화의 경우 일본문화 개방에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더 들어올 게 있다면 원서 정도이겠으나 이것이 유입되더라도 해독의 어려움 등으로 별다른 수요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원서만화를 볼 수 있는 마니아 독자는 국내에 약 1천여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만화출판사의 경우도 지난해 1월 이미 부분개방됐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과 동시에 외국출판사는 지분 50% 미만의 한도에서 국내 출판운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됐기 때문. 내년부터는 출판시장 자체를 완전개방하는 방향으로 정부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나 그럴 경우에도 만화출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를 비롯한 출판계는 일본의 대형유통사가 국내영업을 개시할 경우 그 영향은 다소 클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국내 출판만화는 유통구조가 체계 없이 매우 복잡한 데다 전국망을 갖고 있지 못해 일본유통사가 건너올 경우 시장을 뺏길 가능성이 높다. 〈<&28372>〉〉

 반면 일본 출판유통사들은 도서 배포 후 판매, 재고 현황 등을 전산으로 매일 파악한다. 만화를 비롯한 국내 출판유통의 경우 책을 인쇄해 유통시킨 뒤 반품에 이르기까지 늦게는 6개월 뒤에야 유통상황을 알 수 있어 순발력에서 그만큼 뒤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 문화관광부 출판진흥과 하재열씨는 『유통선진화는 만화 뿐 아니라 국내 출판계 전체가 안고 있는 과제로 그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가 현재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슬램덩크」, 「드래곤볼」 등이 끝나면서 일본만화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임꺽정」에서 보듯이 국산만화의 경쟁력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