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의 행복한 노년>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스위스의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경쟁력에서 대한민국은 16강 진출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했었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와 인구, 기대수명과 출산율로 산출한 기초국력만으로는 H조에서 벨기에에 이어 2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구공은 둥글었다. 결국 홍명보호는 우리의 기초국력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나라는 2012년을 기준으로 GDP는 2만7553달러, 인구는 4980만 명으로 나타나 본선 출전 32개 국가 중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기대수명은 81.4세로 7위, 합계출산율은 1.30명으로 꼴찌였다. 월드컵의 국가경쟁력 지표를 하락시킨 핵심 요인이 '저출산'에 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19명이었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2001년 이후 초저출산국을 벗어날 최저 기준인 1.3명을 넘어본 적이 없다. 아이를 낳지 않는 풍토가 고착화된 것이다.

잠재 국력(國力)은 인구, 영토, 천연자원에서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저출산에 따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고 있다. 노동생산성은 떨어지고 국가성장은 지체되고 있다. 과거 고도성장의 시기에는 저출산의 기조에서도 고령인구의 비율이 낮아도 경제활동 인구의 역할이 충분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 된다면 인구 보너스의 효과도 퇴색할 것이다. 저출산에 따른 고령화는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에 버금갈 정도로 국가사회의 위기를 수반할 것이라는 비유에서 '연진(年震, agequake) 9.0'으로 묘사되고 있다. 지속적인 인구정책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월드컵 출전 국가 중 기대여명이 83.5세로 가장 긴 일본은 '평생현역사회'를 주창하고 있다. 노동력을 대체할 이민정책도 부재한 가운데 고령인구의 은퇴가 두려운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세계 224개 국가 중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2014년 합계출산율은 1.40명으로 추정돼 208위에 머물고 있다.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인구 1억명 유지에 몰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16강의 문턱을 넘어선 프랑스는 현재의 인구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는 대체출산율 2.1명에 근접한 2.08명으로 유럽 국가 중 고령화 정책에 성공하고 있다. 독특한 결혼 형태로서 동거 또는 법적으로 결혼가정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 시민연대협약(PACS) 제도는 인구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개방적인 이민정책과 대가족을 우대하는 세금 정책, 교육지원 정책 등을 펼치고 있다. 출산장려 의료지원과 특별수당 지급, 육아·가족수당과 26주까지의 출산휴가 등을 시행하고 있다. 가족정책에 비중 있는 재정을 투입할 뿐만 아니라 공교육은 대학교육까지 무상으로 지원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 교육비 부담이 가장 큰 저출산의 요인으로 작용해 경제적 여유를 누릴만한 겨를이 없다. 유독 40대의 소비성향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도 교육비 지출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내 놓는 출산장려금 정도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산아제한정책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지속됐다.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등은 아직도 익숙한 표어로 기억된다. 1985년 당시 대한가족계획협회가 '85가족계획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셋부터는 부끄럽습니다'를 공익광고로 채택했다. 수년 내에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유소년인구(0~14세)를 초월하게 될 현재 '하나는 외롭습니다-자녀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동생입니다'라는 헤드 카피가 성과 없는 대한민국 저출산의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인구는 국력이다. 고령화에 따른 항아리 모양의 인구구조가 피라미드 형태로 복원되는 인구정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