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준 신경정신과의원 원장 인터뷰
"2002년부터 인천구치소 교정위원 활동 … 6700여명 진료
"상담, 범죄예방 큰 효과 … 사회적 편견·제도 개선 해야"
   
 

"수십 번 구치소를 들락날락하는 자도 정신과 치료를 잘 받으니 개과천선해 구치소와의 연을 끊더라고요."
황원준(53·사진) 황원준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이 인천구치소 교정위원으로 활동한 지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지난 2002년 황 원장이 교정위원으로 위촉된 이래, 황 원장으로부터 상담과 치료를 받은 수감자만 현재까지 6700여명에 이를 정도다.

황 원장은 13일 "내 전문 지식을 활용해 진료실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정신과 치료 봉사를 시작했다"며 "수감자들을 진료하면서 보람을 느껴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당시 정신과 의사가 없다는 구치소의 실정을 알고, 그 때부터 매달 한 차례씩 구치소를 찾았다고 한다.

황 원장은 "의사 입장에서 수감자는 범죄자보다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에 가깝다"며 "최근에는 수감자에게 자살 위험성이 있는지 잘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치소에는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했다가 결국 폭행 같은 범죄를 저질러 수감된 경우가 많다고 황 원장은 말을 이어나갔다.

황 원장은 "분노를 조절 못해 인생의 3분의1을 구치소에서 보낸 50대 수감자도 있었다"며 "술 먹고 누군가를 때려 구치소에 들어간 것이 40~50번 반복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수감자와의 상담에서 문제점이 발견됐고, 수감자가 통원 치료를 잘 받아서 7~8년 전부터 현재까지 구치소에서 그를 본 적이 없다"며 "이 사례처럼 분노 조절 장애를 겪는 자에 대해 감정 조절을 잘 할 수 있도록 치료 등으로 돕는다면, 범죄 예방에도 큰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속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지 못한 중학생이 결국 중범죄를 저지른 안타까운 사례도 소개했다. 황 원장은 "지난해 4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초등학생 살해·암매장 사건이 일어났다"며 "범행을 저지른 중학생이 원래 품행 장애로 통원 치료를 받아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치료를 받지 않았다. 치료를 잘 받았다면 범죄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 가운데 85%가 치료를 못 받는다고 한다"며 "정신과 치료 전력이 사회생활에서 핸디캡이 되는 등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사회적 편견이 적극적인 정신과 치료에 걸림돌이 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더 큰 사회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원장은 마지막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는 수감자라도 정신과 치료를 받을 권한이 분명히 있다"며 "이런 자들에 대해 사회가 조금 더 마음의 문을 열고 받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모든 이들이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글·사진 박범준기자 parkbj2@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