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확산 등 산업시장 급변 … 국내 제조업 입지 흔들

# 인천 부평구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인천은 물론 국내 제조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애매하다"며 "조립 완성품 분야는 중국이 차지해 버렸고, 독일이나 일본 등 제조 선진국은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연구개발(R&D)에 주력, 부품소재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며 "3D 프린팅 기술 확대 등 세계 산업시장이 급변하고 있는데, 정부와 지자체 등 관련 지원기관에서는 자금 지원 등 뚜렷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인천 남동구의 제조업체 관계자는 "지역 제조업체들은 관련 시설이 노후화하는 등 경쟁력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있지만, 자금 사정이 발목을 잡고 있어 이렇다 할 시설 투자도 못하고 있다"며 "민·관 등에서 중소기업 체질 개선을 위한 자금이나 조세 지원을 계속하는데도 효과가 미비한 것은 실효성 있게 지원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인천지역 제조업체들이 세계 시장의 급변에 대처하지 못하고 고착화한 구조적 위기 속에 내리막길로 향하고 있다.

위기론만 팽배할 뿐 별다른 해결책이 없는 탓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업계는 중소기업에 효율적인 자금이나 조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14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세계 제조업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국은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제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꼽고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제조업 부활을 추진하는 것은 단순히 '산업 육성' 차원이 아닌 제조 리더십 회복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단계적 구상이라고 말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일본, 중국 등의 각국 정부도 '제조업 부활'을 경제 정책의 핵심으로 상정하고 실행 중이다.

문제는 지역은 물론 국내 제조업체들에 지원되는 자금이 적지 않지만 실효성 있게 쓰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선진 제조업 국가에서는 미래 성장 동력을 선정하고 관련 자금 지원이 한창인데, 업계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돈 쓰는 문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의 '2013 중소기업 조세제도 이용 및 애로 실태조사' 결과, 조사 응답 업체의 74.6%가 중소기업 조세 지원제도가 '경영에 도움을 주었다'고 답했으나, 활용도는 크게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활용 부진(24.0%), 미활용 및 활용 여부 모름(38.0%)이 과반수 이상으로 조세 지원제도 자체의 이해 부족으로 업체 활용도가 낮았다.

인천지역 한 중소기업 지원기관 관계자는 "정부는 해마다 지원 자금의 명칭과 규모, 신청 절차 등을 공고하는데, 기업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며 "하지만 자금 지원 관련 설명회를 마련해도 업체들의 참석률도 낮고 참석한다고 해도 신청부터 선정까지 절차가 복잡해 혼란을 지적하는 기업 관계자들이 많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기에도 상황 문제를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큰 그림'도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기에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절실한 연구개발(R&D) 관련 지원이 상위 대기업에 집중돼 있는 것도 문제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달 말에 발표한 '중소기업 연구개발 조세 지원 현황 및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에 제공되는 R&D 조세 혜택의 40.4%를 상위 10개사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 제조업체들이 앞으로도 국내 경제를 이끌기 위해선 주력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등 분야별로 추진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우선적으로 자금이나 조세 지원이 명확하게 설정돼 있어야 한다"며 "중소기업 투자 촉진을 위해 가장 유리한 것이 자금 등 세제 지원책인데, 부처별로 지원 방법이나 내용이 다르니 업체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원진기자 kwj7991@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