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자금력 부족한 영세기업 다수 … 장기불황에 폐업 줄이어

# 인천시 서구에서 실내 건축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1)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건설업계 상황이 바닥으로 치닫는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불황 등으로 건설과 관련된 지역 영세업체들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얼마 전 벽산건설도 파산하는 등 업계 내 불안감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 인천시 남동구의 한 세무사무소 관계자는 "회사가 관리하는 건설 관련 업체 대부분은 지난 5년 동안 폐업하거나 폐업 위기에 놓였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경기가 어둡다"며 "창호 시공업체같은 곳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지역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침체에서 시작된 건설경기의 장기 불황에 더해 최근 벽산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2년도 안돼 파산 절차에 들어가는 등 지역 업계 전반의 분위기가 나락을 향하는 듯하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인천에 건설업 관련 사업체는 수는 2012년 기준 4836곳에 이른다.

전국(10만9210곳)의 4.4%를 차지하는 규모로, 광역시 가운데 부산(6.3%), 대구(4.8%) 다음으로 비중이 높다.

지역에는 대형 건설업체가 몇 곳 되지 않아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는 업체들이다.

인천의 건설업 사업체 구성비만 봐도 '건물 건설'(8.9%), '토목 건설'(8.4%) 등 자본이나 인력 투자가 많아야 가능한 굵직굴직한 업체 비중은 크지 않은 반면, 비교적 영세 업체가 많은 '실내 건축'(39.2%), '건물설비 설치공사'(17.9%) 등은 많다. 건설경기 침체 현상은 2012년부터 뚜렷해지고 있다. 전년 대비 사업체 증감 수치가 대표적이다. 2010년 4.4%, 2011년 5.8%까지 상승하더니 2012년엔 2.7%로 감소했다.

전년 대비 생산액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매년 바닥을 치고 있다. 2009년 22.3%로 잠깐 반짝 상승 분위기를 보이다가 2010년 -2.6%, 2011년 -10.6%, 2012년 -16.4%까지 내려 앉았다.

문제는 인천의 건설 관련 업체들 중에는 자금 보유력이 약한 영세 기업이 많아 장기적인 건설 경기 침체를 견딜 맷집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2012년 기준 인천의 건설 관련 종사자는 3만5897명으로, 1~4명 직원을 둔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종사자 비중이 16.9%나 차지한다. 5~9명은 13.8%, 10~19명은 15.2% 수준이다.

지역 건설 관련 도·소매 업체 사정은 더하다. 통계청의 '종사자 규모별 사업체 및 종사자' 자료에 따르면 인천 소재 '건축자재 철물과 난방장치 도매업' 수는 2012년 기준 1546곳으로 종사자는 4442명이다.

단순 계산으로 1개 업체당 2.7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정도다.

전문가 중에는 인구 증가율 감소 등으로 건설 수요를 감당할 시장의 확대 속도가 과거에 비해 훨씬 느려지고 있어 앞으로도 건설경기 불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지역 건설업계의 불안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남동구의 건설 관련 업체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지역 산업에서 차지하는 범위가 워낙 넓다 보니 인천 산업을 좌우할 정도라고 해도 무리가 아닌데, 계속 침체의 길을 걷고 있으니 큰 일"이라며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크고 작은 관련 업체들이 인천에 자리잡기 시작해 현재 적지 않은 숫자가 있는데, 자꾸 사양길로 향하고 있으니 장기 불황을 버티기 힘든 영세업체부터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진기자 kwj7991@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