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서 벗어나자

지난 2011년 11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학교폭력이 언론 등을 통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각 부처와 관계기관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여러 대책을 내놓았으나, 이를 해결할 만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학교에 경찰관을 파견하고 학교 내·외 CCTV 화소를 100만 화소로 높이는 등 표면적인 조치를 취했지만, 경찰관이 수백명에 이르는 학생을 일일이 관리할 수는 없다.

CCTV 또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런 조치가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학교폭력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것일까.

산업화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의 가족형태가 바뀌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사는 대가족 형태는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형제조차 없이 혼자 큰 아이들이 많아졌다.

과거 대가족 주거환경에서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었던,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이라든가 형제 사이에서 배울 수 있었던 배려심과 참을성 등이 줄어들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마음만 늘어났다.

그 나이 때에 가족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익혀가야 하는 사회적 관계가 핵가족화로 인해, 바쁜 부모님으로 인해 가족에서 친구에게로 넘어갔다.

함께 살고는 있지만 부모님의 얼굴을 제대로 보고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아이들 역시 부모님과 밥 한 끼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이 때문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런 소통의 부재를 비롯해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평소 갖고 있던 스트레스를 친구들에게 풀기 일쑤다.
옆에서 이를 목격한 아이들은 괜히 자신이 나섰다가 학교폭력의 피해자로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신고도 하지 못하고 방관할 뿐이다.

직접 폭력을 당한 아이들은 누구에게 폭력을 당했다고 말할 용기도 없다.

만약 그럴 용기가 있었다면 피해를 당하고도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학교 선생님과 부모가 항상 아이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이고 평소와 다른 행동은 없는지 관찰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 선생님과 부모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 각계 각층에서 전적으로 노력해야지만 학교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조금씩 근절될 터이다.

이제부터라도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해 처벌하는 방법을 고민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민 인천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