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AFP·DPA=연합】 압두라만 와히드(60)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정치권의 거센 압력에 굴복, 9일 밤 일상의 국정운영권을 부통령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54) 여사에게 위임하고 자신은 대외업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다고 밝혔다.

 와히드 대통령은 이날밤 국민협의회(MPR)에서 마르실람 시만준탁 내각장관이 대독한 연설을 통해 『내각 운영 일정 작성과 정부 업무의 중점사항 및 우선순위 배정 등 일상의 기술적인 업무 집행을 부통령에게 위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정치권의 광범위한 비판에 직면한 와히드가 권력에서 강제로 축출되는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면서 정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와히드는 그러나 이같은 권한이양은 대통령제에 관한 헌법질서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면서 메가와티 부통령이 대통령인 자신에게 정기적으로 업무추진상황을 보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와히드 대통령은 또 조만간 개각을 단행, 정부 조직 축소에 따른 효과적인 정국운영을 이룩하겠다고 말했다.

 주워노 수다르소노 국방장관은 와히드 대통령의 국정 분담 발언이 있은 직후 『대통령은 국가의 거시적 측면과 전략적인 사항을 다루고, 일상의 정책 및 국정을 운영하게 될 것』이라며 낙관론을 피력했다. 수다르소노 장관은 그러나 『권력분점이 이뤄진다해도 와히드 대통령이 최종적인 책임을 진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메가와티 부통령의 업무수행능력에 대해서는『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집권 9개월째를 맞은 와히드 대통령은 그간 여야 모두로부터 경제회복 실패와 지도력 부재 등을 이유로 호된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메가와티 부통령을 비롯, 헌법상 최고기관인 MPR의 지도부는 7일 밤 비공식 모임을 갖고 정부 운영권을 부통령에게 위임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를 받을 것이라는 최후 통첩을 와히드 대통령에게 전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