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결핵요양원 짓자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발표나 탈북 민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북쪽 병원시설은 아프리카 후진국 수준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한다. 의사는 있으나 약품배정이 적은데다 그마저 관계자들이 음성적으로 자주 처분해 후생비를 마련하는 바람에 환자들에게 돌아갈 게 없어 처방전만 떼어주니 자신이 장마당에 가서 필요한 약을 구입, 병원에 가지고 가 치료를 받고 재력이 없으면 할 수 없이 집에서 민간요법으로 치료한다.

농민과 노동자, 산골사람들은 감기가 걸리면 약초나 풀뿌리를 삶아먹고 심지어 생마늘을 잘라 코에 끼워놓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곳이 북한의 실상이다. 외상 치료도 이럴진대 몸속에서 발생한 중증질병은 치료할 꿈도 못 꾸고 죽을 날만 기다리니 같은 민족으로서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북한은 비밀공장을 만들어 마약을 생산하는가 하면 농가에도 양귀비를 재배시켜 비밀루트를 통해 밀매,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아이들까지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어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아주 많다고 한다.

개성공단에는 남쪽이 시설한 소규모 병원이 있어 남한 근로자들을 간단히 치료해 주고 투약할 수 있다지만 종합병원 시설로 확장해 개성지방 환자들까지 치료혜택을 준다면 이야말로 남북 간 장벽을 허물고 화해의 길로 나가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북쪽 위정자들은 자기들의 단점을 아무리 감추고 싶어도 죽어가는 인명을 놓고 방치하며 사상적 대결을 해서는 안 된다. 결핵 치료제와 기타 의료용품을 정기적으로 원조하고 그들에게 더 적극적인 방법과 성의를 다한다면 어느 땐가 그들은 마음을 열고 더 많은 의료혜택을 바랄 것이다.

폐결핵은 전염성이 강하고 이환되면 진행과정에 따라 극심한 신체적 피로감으로 노동력을 상실하며 장기치료가 필수적이므로 이들을 먼저 수용하자. 남쪽 국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며, 이렇게 미리 투자하면 통일 뒤에 해야 할 일이 줄어들게 된다.

남쪽은 첨단 의술을 갖고 있으니 그들이 할 수 없는 수술을 쉽게 해주고 남북 의사들이 함께 수술을 통해 선진의술을 전해준다면 1석2조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순수한 동족애를 깨닫게 되리라.

어느 땐가 방송에서 북쪽의 주사용 링거액이 맥주병 같은 용기에 담겨 있어 저것이 과연 사람 몸속으로 들어가도 괜찮을까 걱정이 앞섰다. 복부절개 수술을 하는 데 걸레보다 더 검은 거스를 가지고 환부를 닦고 치료하는 화면을 보고 눈이 저절로 감겨졌다.

배고픔은 좀 참을 수 있지만 병이 나 아픈 것은 참을 수 없다. 북쪽 겨울은 남쪽보다 매서운데, 북쪽 일반병원은 난방시설이 전무하다고 한다. 건강한 사람도 견디기 어려운데, 아픈 환자가 자기 집에 있는 것만도 못하고 질병이 추위에 더 악화돼 사망하는 일이 많으리라 본다.

폐결핵은 격리를 시키고 영양공급도 잘해야 한다.

결핵요양원을 개성공단에 만들자. 설령 북쪽 정책자들이 평양에서 잘 치료를 받아 개성공단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외면해도 근로자가 4만여명이라니 그 가족 내 환자들도 꽤 많으리라 생각된다.

금강산 관광의 대가가 원자폭탄을 만드는 자금으로 되고 쌀을 무상으로 주는 일이 군량미를 대주는 것이라고 국민들의 의견이 분분했지만 그런 부작용보다 의료시혜를 주는 것이 절망적인 동족의 건강을 지키며 강한 유대감과 친밀감을 얻어 더 가까이 통일로 가는 정책인 듯싶다.

/전병무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