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준 계장은 인구의 확답을 받듯 다시 말을 끊고 인구를 쳐다봤다. 인구는 거기까지도 동의할 수 있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동준 계장은 다시 이야기를 이었다.
『그런데 문화라는 것은 말이야, 상위의 문화가 하위의 문화권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속도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다는 사실이야. 북한의 최고통치자를 보좌하는 핵심 지배세력들이 명문화 된 규정이나 새로운 법을 만들어 자본주의 물질문명에 접근해 가는 북한동포들을 의법조치하면서 과거처럼 획일적으로 통치한다는 것이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게 돼. 그래서 북한의 핵심지배세력들은 공개총살형 같은 극형주의로 북한동포들을 처단하면서 사회개방수위를 조정해 나가지만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너무 발빠르게 변화해 나가고 있어 북한의 핵심지배세력들도 그들 사회의 개방 폭과 속도를 점차 주변국의 변화 속도에 맞추지 않을 수가 없을 만큼 난국을 맞게 돼. 무슨 말인지 이해가 돼?』
인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형님이 말씀하시는 난국은, 공화국의 지도자 동지가 어떤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국면이나 상황을 말씀하시는 것이죠?』
정동준 계장은 맞다면서 다음 말을 이었다.
『나의 견해로는 말이야, 북한의 최고통치자와 그 밑의 핵심지배세력들, 일테면 각 분야에서 오늘의 북한 사회를 이끌어 가는 테크노크라트들이 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맞게 될 난국의 최고 정점이 남북교류의 실질적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어….』
『왜 그렇지요?』
인구는 그 말은 동의할 수 없다는 듯 의문을 제기했다. 정동준 계장은 인구가 알아듣기 쉽게 다시 설명했다.
『왜 그런가 하면 말이야, 북한 동포들이 기아와 병마에 허덕이다 죽어가고 있는데 같은 동족으로서 보고만 있을 것인가 하는 민족적 도덕론이나 인도주의에 부닥쳐 남쪽 보수주의자들의 주적론(主敵論)이 일시 후퇴하거나 설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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