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및 시의회의 판공비 공개는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와 요구에 의해 지난해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판공비 공개는 매년 연초 지난해 내역을 공개하는 것으로 묵시적인 기준을 삼았으나 이번의 2000년 상반기 판공비 공개는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 연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인천시와 시의회는 내부적인 조율을 거쳐 「굳이 공개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정리해 판공비를 공개했으나 시의회는 복사를 허용키로한데 비해 시는 열람만을 허용해 논쟁의 불씨를 남겨놓고 있다.

 시장 및 시 간부들의 판공비 공개 자료는 현재로서는 대략적인 아웃라인만이 적시돼 있다.

예를 들면 시정협조 간담회가 몇 회에 총 얼마, 시책결정 직원 격려가 몇 회에 총 얼마 썼다는 식이다. 따라서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누가 누구에게 무슨 명목으로 얼마를 썼느냐」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는 형편이다.

 판공비의 사용이 단체장이나 간부들의 사적 용도로 쓰여지고 있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는 바로 이 부분이 궁금한 대목이다.

 또 예산편성 지침상 판공비의 70%는 신용카드를 사용해 구체적 근거가 명확하도록 하고 나머지 30%는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기에 이른바 금일봉, 촌지(寸志) 등의 성격으로 사용된 돈의 액수와 용처는 따져볼 대상이 된다.

 다만 인천시는 이번 공개와 관련, 『단체장의 판공비에 대한 시민단체의 주시(注視)가 칼날 같은데 엉터리로 집행할 이유가 없다』를 전제로 『투명하게 사용했고 투명한 공개가 원칙』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는 더욱이 올 상반기 인천시의 경우 소년체전과 장애인체전 등 전국 규모의 행사가 전제돼 판공비 지출이 예상을 초과하지 않을까 우려했으나 정작 상반기 결산 결과 전체의 42.1%만을 사용해 판공비 사용에 상당히 신경쓰는 눈치이긴 하다.

 시는 또 자료로는 대략적인 내용을 공개했지만 10일 오전 10시부터 시 민원실 2층 상설감사장에서 라면 박스 2개의 분량을 공개할 예정이다. 시민이라면 누구든 구체적 내용을 열람할 수 있어 「감시를 위한 성의」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숨어있는 세부내역의 확인이 미진한 상태에서 인천시의 대략적인 사용내역을 보면 일견 필요불가결한 용처에 판공비가 사용됐음을 볼 수있기는 하다.

 그러나 시장의 시정협조 간담회 항목만 보더라도 상반기중 모두 175회가 열려 1억7천7백만원를 사용한 것이고 보면 평균 한차례에 1백만원씩의 밥값이 거의 매일 지출됐다는 분석이다.

 광역 자치단체인 인천시의 경우 시장을 위시한 10여명의 공직자가 연간 11억5천7백만원을 사실상의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업무추진비 등의 예산 명목으로 세워진 판공비다.

 용처에는 분명 필요불가결한 항목도 적지 않지만 경우에 따라 공·

사(公·

私)가 불분명한 용처나 혹은 차기 선거를 노린 선심성 비용 지출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지난해 이모 전 계양구청장에 대한 감사원의 판공비 감사에서는 근거도 없이 사적으로 쓰여진 판공비로 인해 검찰의 고발과 법원의 유죄판결이 내려진 경우가 있는가 하면 시의회의 판공비가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공직자들이 사용하는 판공비의 구체적 내용이 시민들로부터 투명한 신뢰를 얻게 된다면 공직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분명 동반 상승한다.

〈권혁철기자〉micleok@imchonnews.co.kr